이정은 기자 jelee@businesspost.co.kr2020-03-04 11: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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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뉴스를 접할 때 '분노'를 느끼는 비중이 크게 늘어 국민감정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지속돼 '일상 절반이 정지된 것'으로 느끼는 비중이 늘어난 반면 청와대와 언론을 향한 신뢰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 3일 119구급대 구급차량들이 경증 확진자를 태우기 위해 대구시 수성구 노변동 대구스타디움에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장) 연구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월25일~28일 전국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코로나19로 일상이 절반 이상 정지된 것으로 느낀다'는 응답이 59.8%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같은 연구팀이 1월31일∼2월4일(1차조사) 진행한 설문결과에서 조사된 비중(48%)보다 1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반면 ‘일상에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는 응답은 1차 설문결과 10.2%로 조사됐는데 이번에는 4.2%로 줄었다.
코로나19 관련한 뉴스를 보게 될 때 느끼는 감정을 묻는 설문에서는 '분노'의 비중이 대폭 커졌다.
1차 조사 때는 코로나19 뉴스와 관련해 불안(60.2%), 공포(16.7%), 충격(10.9%), 분노(6.8%)의 순서로 느끼는 감정이 조사됐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불안(48.8%)에 이어 분노가 21.6%로 나타나 비중이 크게 올랐다. 그 다음으로 충격(12.6%), 공포(11.6%), 슬픔(3.7%), 혐오(1.7%)의 순서로 나타났다.
국민이 느끼는 코로나19의 위험성도 높아졌다.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19.8%, '낮다'는 응답은 29.2%로 조사됐다.
유 교수는 "이 같은 조사결과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국민감정의 양상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며 "사망자가 늘어나고 마스크를 구할 수 없고 자가격리 규칙을 어기는 사례를 보면서 느끼는 불안은 불신과 결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구와 경북지역 주민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대구·경북지역 응답자들은 '스스로를 무기력하고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한다'(65%, 전체 설문응답 58.1%), '내가 보기에 아주 정의에 어긋나고 불공정하다'(76.3%, 전체 67.4%), '내 감정에 상처를 주고 상당한 정도의 울분을 느끼게 한다' (71.2%, 전체 60.5%) 등으로 조사돼 전체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대구 지역사회의 정신심리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대응에는 긍정적 평가가 나타났으나 국가리더십 및 언론 등을 향한 신뢰는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위기대응과 관련해서 검역은 49.2%의 긍정평가로 1차 조사(41.1%)보다 8.1%포인트 상승했고 방역도 57.9%가 '잘하고 있다'고 응답해 1차 때(43.8%)보다 14.1%포인트 높아졌다.
질병관리본부와 관련해서는 81.1%가 신뢰한다고 응답해 1차 설문조사 때의 74.8%보다 6.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청와대에 관한 신뢰는 49.5%로 1차 조사(57.6%)보다 8.1%포인트 하락했고 언론에 관한 신뢰는 39.9%로 1차 설문 때(46.4%)보다 6.5%포인트 떨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