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노조가 회사의 구조조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본사를 비롯해 자회사 등 팔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매각하고 부장급 이상의 간부직원 감원을 추진하는 등 구조조정에 온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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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정 사장은 이런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자금난이 빚어질 경우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노조가 이런 정 사장의 구조조정 계획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면서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노조는 ‘총체적 위기극복을 위한 입장’을 회사에 전달했다.
노조는 이 문서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전사적 토론회 개최, 본사 건물 등 알짜자산 매각반대, 노동조합의 윤리경영 참여, 혁신적 인력운용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특히 알짜자산 매각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자산가치가 높은 알짜자산 매각은 임대료 지출 등 또 다른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본사 사옥은 회사를 알리고 건재함을 보여주며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상징적 의미가 큰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가 추진하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전사적 토론회를 열 것도 제안했다.
노조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크레인 붕괴, 통근버스 전복, LPG선 화재 등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며 “성과위주의 보여주기식 생산관리, 책임지지 않는 이기주의 풍토, 끊이지 않는 비리 등이 원인이기 때문에 토론회를 통해 개선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밀어붙이기식 방법으로 구성원의 동의를 얻기 힘들고 오히려 불안을 조성해 사기만 떨어뜨릴 것”이라며 “강압적 실천이 아닌 전체 구성원이 스스로 이해하고 능동적 자세로 헤쳐 나가기 위해 토론회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이런 요구는 정성립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에 복병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지난 10일 옥포조선소 경영설명회에서 “조선해양업과 무관한 자회사를 전부 정리하고 본사 사옥을 포함한 비핵심자산을 100%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유동성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 사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노조가 자산매각 등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설 경우 정 사장의 이런 계획은 꼬일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7천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3조 원 규모의 적자를 낸 뒤 해양플랜트 건조에 필요한 드릴십 등 장비업체들이 대금지급을 요청하면서 자금난이 악화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