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은 물론 게임, 가전, 의료, 자동차, 조선, 건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적용분야가 이처럼 다양한 만큼 인공지능 기술은 어느 한 회사의 힘으로 쌓아가기가 불가능하다.
박 사장과 구 사장이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사를 찾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다.
다양한 형태의 협업은 서로 다른 분야의 강점을 결합해 인공지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 적용사례를 찾아내는 데도 유리하다.
박 사장은 특히 글로벌기업들이 인공지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손을 맞잡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인공지능기업 사이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진행중인 카카오와 협력에서 인공지능 분야를 가장 중요한 협력 분야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으며 올해 1월 열린 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20에서는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협력을 모색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CES 2020에서 “아직 구체화하기는 이르지만 고 사장과 특히 인공지능 분야에서 능력은 합치고 브랜드나 애플리케이션은 각자 가고싶은 방향으로 가는 쪽으로 협력 디자인을 짜보기로 했다”며 “국내에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잘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 힘을 합치지 않으면 글로벌기업들에게 국내시장을 다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올해 들어서도 국내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는데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일 NHN벅스의 음악 콘텐츠와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가 협력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며 가상현실(VR)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고 있는 중소기업 '마블러스' 역시 인공지능 기반의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이 밖에 SK텔레콤이 네이버 등과 협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구현모 KT 사장은 협력의 범위를 기업을 넘어 학계로까지 확장했다.
20일 현대중공업지주,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한양대학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함께 협력체 ‘AI 원팀’을 만들었다. 구 사장이 KT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이후 첫 대외 행보다.
구 사장은 산업계와 학계가 협력하는 것이 인공지능 생태계 확보, 관련 인재 육성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KT의 인공지능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시선이 아니라 다른 시선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바라보려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구 사장은 “서로 다른 경쟁력과 관점을 지닌 플레이어들끼리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에서는 두 CEO가 이끄는 회사 가운데 누가 먼저 인공지능 경쟁력 측면에서 앞서나갈 수 있을지 주목한다. 두 회사가 처해있는 상황이나 '동맹'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손잡은 카카오와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손꼽히는 강자다. 또 카카오는 플랫폼과 콘텐츠, 삼성전자는 수많은 전자제품 포트폴리오, SK텔레콤은 통신회사라는 각자의 강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커다란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구 사장이 결성한 ‘AI 원팀’은 단기적 경쟁력 강화를 넘어 인공지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토대를 탄탄하게 다진다는 강점을 지닌다. 정부의 ‘인공지능(AI) 국가전략’ 등과 연계해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AI 원팀’ 결성식에는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참석해 “민간 차원에서 인공지능 인재 육성,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벌이는 공유·협력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와 관련해 이동통신사들이 각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것을 단순히 경쟁 측면에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각 회사가 인공지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는 속에서 국내 인공지능산업 자체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