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인 대만 푸본생명과 IMM프라이빗에쿼티(IMMPE)가 우리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KB금융지주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푸본생명이 단독으로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푸본생명은 현재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1월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에 참여한 뒤 곧바로 실사에 착수하지 않아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태도를 바꿨다.
현재 푸르덴셜생명 매각가격은 2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다만 가격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워낙 많아 예상되는 매각가격의 범위가 넒은 편이다.
가장 최근 인수합병시장에서 거래된 생명보험사 매물을 살펴보면 오렌지라이프를 들 수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순자산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조1267억 원인데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할 때 적용한 주가 순자산비율(PBR) 1.1배가량을 적용하면 푸르덴셜생명의 가격이 3조 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최근 생명보험사들의 주가 순자산비율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어 오렌지라이프만큼의 가치는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상위 5개 생명보험사의 주가 순자산비율은 꾸준히 낮아져 현재는 평균 0.6배에도 못 미치고 있다. 당장 20일 기준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주가 순자산비율은 0.41배, 업계 2위 한화생명은 0.14배에 그친다.
푸르덴셜생명에 어느 정도의 주가 순자산비율이 적용돼야 할지 정답은 없지만 업계는 0.6% 수준을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적용하고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더하면 몸값은 2조4천억 원 수준이다.
앞으로 도입될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도 변수다.
푸르덴셜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이 500%을 넘어 독보적 1위를 지키고 있지만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되면 이 수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장기화 등 생명보험업계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점 역시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반면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은 가격 상승요인이다.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인 5곳 인수후보 가운데 어느 한 곳도 만만한 곳이 없다.
푸본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이뤄진 굵직굵직한 인수합병에 매번 문을 두드리고 있다. 푸본현대라이프생명 지분 62%를 6천억 원을 투입해 확보했고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지분 4.0%를 4천억 원에 사들였다. 롯데손해보험 예비입찰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IMMPE도 최근 들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 등 글로벌 펀드와 경합을 벌인 끝에 린데코리아 인수에 성공했다. 거래규모가 1조3천억 원으로 IMMPE의 첫 조 단위 거래였다.
IMMPE가 출자자를 모집하고 있는 4호 블라인드펀드는 2조 원이 넘는 금액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돼 자금력에서도 큰 무리가 없다.
푸르덴셜생명 대주주와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흥행을 위해 매각을 미룰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MBK파트너스의 경업금지 약정이 풀리는 9월을 전후해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오렌지라이프 지분을 매각하면서 2년 동안 경쟁 보험사 설립이나 운영을 제한하는 경업금지 약정을 맺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예비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매각자 입장에서 경업금지 때문에 MBK파트너스가 인수전을 완주하지 못하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푸르덴셜생명 인수후보들에게 지분 100% 기준 3조 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떤 면으로 보든 이만한 매물이 다시 나오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