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5G시대의 B2C(기업 대 소비자)용 콘텐츠로 가상현실을 육성해 왔는데 B2B(기업 사이 거래)사업에 강점을 지닌 혼합현실 콘텐츠를 더함으로써 증강현실 콘텐츠의 양대축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혼합현실은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공간에 가상의 이미지가 나타나는 증강현실의 장점과 현실감이 풍부하다는 가상현실의 장점만을 조합한 것으로 현실에 3D이미지를 투영해 새로운 현실을 덧입히는 기술이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올해 서울에 만들기로 한 혼합현실 스튜디오는 SK텔레콤의 B2B사업을 확장하는 전진기지다.
SK텔레콤이 혼합현실 스튜디오 구축에 나선 것은 혼합현실 콘텐츠가 B2B(기업 대 기업)에서 강점을 지녀 B2C(기업 대 소비자)에 적합한 가상현실과 함께 5G시대의 킬러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등 실감형 콘텐츠사업을 5G통신 사업의 주요 먹거리로 보고 주력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혼합현실은 B2B사업에 특화된 분야”라며 “혼합현실 스튜디오는 특히 중·소형 콘텐츠 제작사들이 웰메이드 콘텐츠를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혼합현실 콘텐츠가 B2B사업에 특화돼있다는 것은 영상을 투영할 수 있는 장치만 갖춘다면 한 공간에 모여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특성 때문이다.
게다가 콘텐츠 소비자들은 별도의 디바이스 없이 현실에 나타나는 3D이미지를 육안으로 감상할 수 있따. 다만 콘텐츠를 제공하는 쪽은 현실에 3D이미지를 투영할 수 있는 별도의 장비를 갖춰야 한다.
홀로그램을 활용한 단체행사 진행, 가상 콘서트 등이 혼합현실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엔터테인먼트회사가 아이돌 가수의 3D영상을 제작하면 전국 여러 곳에서 동시에 그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를 실감나게 즐길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혼합현실 콘텐츠는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제작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모됐다. 하지만 혼합현실 스튜디오를 활용하면 훨씬 빠른 시간 안에 저렴한 비용으로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SK텔레콤은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백여 대의 카메라와 첨단 영상제작 기술을 활용해 고객기업들의 혼합현실 콘텐츠 제작을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 또한 세계에서 혼합현실 기술과 관련해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을 혼합현실 콘텐츠 제작에 도입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B2C사업에서 강점을 지닌 가상현실 콘텐츠를 확장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가상현실은 HMD(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콘텐츠 소비자의 모든 시야를 디스플레이로 뒤덮기 때문에 극대화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방 안에 앉아서 콘텐츠가 제공하는 여러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에게 특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직접 HMD를 구매해야 한다는 단점 때문에 아직 저조한 HMD의 보급률이 가상현실 콘텐츠 확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
SK텔레콤은 가상현실 콘텐츠의 확산을 돕기 위해 세계 최대 HMD 제조사인 ‘오큘러스’와 제휴해 보급형 HMD ‘오큘러스GO’를 SK텔레콤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에도 앞장서 넥슨의 캐쥬얼 게임 ‘크레이지아케이드’의 캐릭터를 활용한 가상현실 게임 ‘크레이지아케이드VR’의 시범 서비스를 13일부터 시작했다.
또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을 위한 치유(힐링) 가상현실 콘텐츠 ‘마인드풀니스’, 영어학습 가상현실 콘텐츠 ‘스피킷’ 제작에도 참여한다.
이보다 앞서 2019년 11월에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커뮤니티 플랫폼 ‘버츄얼 소셜월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버츄얼 소셜월드는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며 미니게임, 스포츠 중계 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SK텔레콤에 따르면 출시 이후 10대와 20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SK텔레콤은 오큘러스GO의 보급과 각종 콘텐츠 투자를 통해 SK텔레콤의 가상현실 콘텐츠 이용자 수를 2019년 10만 명에서 2020년 100만 명까지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혼합현실과 가상현실은 모두 5G통신이 바꿔놓을 미래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5G통신을 활용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