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서 회장은 당초 올해 4월 우한에서 공장 기공식을 연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일정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중국 중부 최대도시 우한에 중국 내 최대 규모인 12만 리터급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건설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2025년까지 5년 동안 설비투자에만 6천억 원 이상을 투입한다.
하지만 우한이 봉쇄되면서 공장 건설을 위한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장 설립을 위해 우한에 머무르던 셀트리온 임직원 5명도 1월21일 전원 한국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은 7일 “4월로 예정된 기공식은 뒤로 미뤄야할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서류작업은 계속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프로세스는 차질이 없고 중국진출 계획 자체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이 우한에 공장을 세우려 하는 것은 우한이 중국 바이오산업의 메카이기 때문이다.
우한은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세계 1위 제약사인 화이자를 비롯해 300여 개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11년 바이오산업을 7대 신흥사업으로 지정한 뒤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중국에서 3번째로 큰 바이오기지로 성장했다.
우한은 바이오연구소부터 의료기기, 병원, 제약사, 스타트업기지 등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세계적 헬스케어산업 도시가 된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우한시는 2035년까지 바이오헬스케어산업 매출을 약 300조 원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우한시는 이런 목표를 위해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바이오산업 발전장려 지원법’과 ‘동후기술개발구성장촉진법’, ‘동후지역 3551명 인재육성 개발법’ 등을 통해 우대정책을 펼치고 있다.
재정적으로는 입주기업 프로젝트 가운데 산업단지관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프로젝트에는 최대 328만 달러(약 38억 원)를 지원하고 세금 공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또 입주 외국기업의 편의를 위해 24시간 행정지원 전담팀을 운영하고 신속한 행정업무 처리를 위해 의약관리국, 우한의약품검사소 등 다수의 정부기관이 산업단지 내에 입주해 있다.
▲ 셀트리온그룹이 1월31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긴급 구호물품을 지원했다.
게다가 우한시는 중국의 다른 지역보다 셀트리온에 훨씬 좋은 사업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우한에 진출한 국내 바이오제약기업은 없다.
서 회장은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오히려 이번 사태를 우한시와 관계를 강화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 회장은 1월31일 우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마스크 13만 개, 방진복 1만 개, 고글 5천 개 등 구호물품 150박스를 전달했다. 중국 정부와 손잡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중국 현지기업과 협력하지 않고 직진출을 추진하는 만큼 중국 지방정부와의 관계 유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우리도 어쩔 수 없는 것이어서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지금도 중국 정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본격적으로 진출 준비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