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비은행 주력계열사 3곳의 희비가 엇갈렸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규모와 위상, 기여도로 볼 때 ‘형님’이던 KB손해보험이 업황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반면 KB국민카드와 KB증권이 약진하고 있다.
▲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해보험 순이익이 몇 년째 감소세를 보이면서 KB금융그룹 내 계열사 순위도 4위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KB손해보험은 KB금융그룹의 이른바 비은행 3형제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줄면서 체면을 구겼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순이익은 2343억 원을 거뒀다. 2018년보다 10.7% 감소한 수치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하고 신계약 사업비가 증가한 탓이다.
KB손해보험 순이익은 2017년 3640억 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18년과 2019년 연속 줄었다. 그룹 내 순이익 기여도도 KB국민은행에 이어 2위였으나 지난해에는 KB국민카드와 KB증권에 밀리며 4위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다른 손해보험사들과 비교하면 선방한 편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5개 손해보험사 가운데 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적다.
업계 1위 삼성화재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무려 40% 가까이 줄었다.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의 순이익도 일제히 30% 가까이 줄었다.
KB금융지주도 KB손해보험의 실적 하락에 당장 연연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은 최근 KB금융지주 실적을 발표하며 “KB손해보험은 업황이 악화된 만큼 가치경영을 잘 이어가면서 이익체력을 점진적으로 강화해 수익성에 보탬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KB증권과 KB국민카드는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KB증권의 실적 증가세가 가파르다.
KB증권은 합병 4년차를 맞아 서서히 규모에 걸맞은 순이익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2901억 원으로 2018년보다 무려 53%나 증가했다. 올해 역시 IB(투자금융)부문에서 안팎의 기대감이 높다.
KB국민카드는 업황 악화 속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순이익이 10%가량 늘었다.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증가했다.
업계 1위 신한카드 순이익은 2%, 2위 삼성카드 순이익은 0.3% 줄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우리카드와 하나카드의 순이익 감소폭은 각각 9.7%, 47.2%였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인수계약을 체결한 인도네시아 여신전문금융회사도 조만간 자회사로 편입한다. 최근 5년 동안 평균 순이익 50억 원 수준을 내고 있어 지분율 80%를 고려하면 40억 원가량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 회사의 성적표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각 회사를 이끌고 있는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KB금융그룹의 후계구도를 놓고 이른바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세 명의 임기가 모두 올해 11~12월에 끝나는데 이들의 거취에 따라 KB금융그룹의 후계구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세 회사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내부적으로 똑똑한 아우 삼형제라고 부를 정도로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