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구독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동영상과 음악 등 콘텐츠시장에 자리잡았던 구독경제 모델이 식품과 패션, 건강 등으로 확장되면서 유통회사들의 새 수익모델로 안착하고 있다.
▲ 구독경제 모델이 식품과 패션, 건강 등 유통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
9일 업계에 따르면 제품을 구매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제품을 제때 이용하기를 원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에 적합한 수익모델로 '구독경제'가 떠오르고 있다.
구독경제는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신문과 우유 등을 배달 받던 수익모델이 발전한 것으로 매달 돈을 내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바탕으로 음악이나 영화를 즐기는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활성화됐다.
넓은 의미에서는 정수기나 안마의자 등 구입비용 및 관리 부담이 큰 제품들을 돈을 내고 빌려 쓰는 렌털서비스도 구독경제에 포함된다.
이런 구독경제는 1인가구가 증가하고 소량의 제품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려는 소비 트렌드 변화와 맞물리면서 최근에는 식품, 뷰티, 패션, 건강 등 유통업 전반으로 영역이 확장해가고 있다.
기존 콘텐츠, 렌탈사업에서 활성화된 구독경제와 비교하면 점차 비용부담이 크지 않은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모양새다.
또 주로 중개업체들이 운영하던 구독경제 사업모델이 아니라 제조업체가 직접 구독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현재 다양한 기업들이 화장품(LG생활건강), 차(아모레퍼시픽, GS25), 책(밀리의서재), 빵(신세계백화점), 주류(배상면주가), 칫솔(라이브오랄스), 신발(나이키) 등 다양한 상품에 구독경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야말로 집에 가만히 있어도 구독경제를 활용하면 필요한 물품들이 ‘제때’ 집으로 도착하는 셈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따뜻한 차와 빵이 집 앞에 도착해있고 신발이 떨어질 때쯤이 되면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새 신발이 도착한다.
책을 보고 싶으면 바로 찾아볼 수 있으며 회사가 내 취향을 분석해 추천해주는 추천도서를 받아볼 수도 있다.
이런 구독경제는 세계적으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금융회사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글로벌 구독경제시장 규모는 2015년 약 470조 원에서 올해 약 594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에서는 이커머스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배송서비스가 이런 구독경제의 핏줄 역할을 하면서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구독경제는 유통회사에게는 안정적 매출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고객의 성향과 구매 패턴 등을 파악해 마케팅 통로로 활용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고객들은 필요한 물건을 매번 일일이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할인혜택을 주는 만큼 금전적 이득도 얻을 수 있다.
또 전문가들이 나의 취향과 건강상태, 트렌드, 생활패턴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적합한 상품을 제공해주는 만큼 제품을 살 때마다 들여야 할 정보 검색 및 고민을 크게 줄여준다는 점도 고객들이 구독경제를 이용하는 이유다.
회사가 추천해주는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즉시 구독을 해지하고 다른 서비스를 찾으면 되는 만큼 불필요해진 물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야할 필요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경제모델이 확대될수록 고객의 이탈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는 점에서 앞으로 유통회사들은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는 데 더욱 공을 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