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올해 채권자본시장(DCM)에서 절대강자인 KB증권을 넘고 지난해 2위에 그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까?
저금리기조가 지속되고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우량기업의 회사채 발행주관을 놓고 KB증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1월 회사채를 비롯한 채권자본시장에서 주관금액 2조1904억 원으로 증권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KB증권은 같은 기간 주관금액 2조1858억 원으로 2위에 그쳤지만 격차가 50억 원 정도에 불과해 언제든지 역전이 가능하다. KB증권은 채권자본시장에서 2019년까지 7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최강자다.
채권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회사채부문만 살펴보면 NH투자증권은 회사채 주관금액 1조8154억 원으로 KB증권의 주관금액 1조5958억 원보다 한 발 앞섰다.
2020년에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NH투자증권은 1위 자리를 놓고 KB증권과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기조가 지속돼 회사채 발행의 흥행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회사채 발행규모는 7조 원 정도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69.4% 증가했다.
2019년 회사채 발행규모는 130조128억 원으로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특히 대기업 우량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와 세계경제 불황, 무역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기조 등 우량기업 회사채에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1월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3500억 원의 3배 수준인 1조3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현대제철은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A 등급을 받았다.
1월 LG유플러스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모집액 2500억 원의 6배가 넘는 1조5500억 원의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LG유플러스 역시 AA 신용등급이다.
전혜연 KB증권 연구원은 1월24일 보고서에서 “2020년 1월 회사채 발행시장에서의 자금 유입강도는 여전히 강했다”면서도 “다만 하위등급으로 갈수록 자금 유입의 강도가 낮아지는 등 비우량 회사채 수요가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파악했다.
NH투자증권이 규모가 큰 기업들의 상장주관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등 우량기업들과 접점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금융(IB)은 주식자본시장(ECM)부터 채권자본시장, 인수합병까지 하나의 싸이클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며 “자금조달 주관업무는 고객과 접점을 확보하고 추가 자금조달 주관 등 다양한 거래 주선으로 이어지는 시너지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2019년에 13개 기업의 상장을 주관해 공모금액 1조3175억 원으로 기업공개 주관 실적 1위에 올랐다. 21개 기업의 상장을 주관한 한국투자증권보다 실적건수는 적었지만 공모금액에서 3733억 원 앞서는 등 대형기업의 상장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NH투자증권은 2020년에도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카카오페이지, 현대카드 등 기업가치가 조 단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의 상장을 주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