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도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영토를 확대할까?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을 아시아를 뛰어넘는 회사로 키우기 위해 북미와 유럽 등에서 인수합병 매물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차 부회장이 올해도 주특기인 인수합병을 앞세워 해외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차 부회장은 적극적 인수합병을 통해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 등 LG생활건강 3대사업의 축을 만들었다.
2007년에는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해 음료사업을, 2019년에는 미국 화장품 및 생활용품회사인 에이본을 인수해 생활용품과 화장품사업을 강화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2015~2019년 5년 동안 모두 4474억2300만 원을 투자해 13건의 인수합병에 성공했다. 인수건수만 놓고 봤을 때 500대 기업 가운데 10번째 안에 드는 수준이다.
차 부회장은 이런 인수합병 전략을 바탕으로 LG생활건강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첫 해인 2005년 매출이 1조 원 규모였지만 2018년 6조7475억 원으로 6배 이상 커졌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19년까지 15년 연속 증가했다.
차 부회장은 이런 성과로 2020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유임됐다. 2005년부터 LG그룹의 최장수 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도 인수합병을 추진할 여력이 충분하다.
LG생활건강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2019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만 7970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3970억 원에서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다만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인수합병은 결정이 될 때까지는 알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차 부회장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인수합병 매물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차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아시아를 뛰어넘는 글로벌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지난해에 인수한 에이본을 교두보로 북미사업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LG생활건강에게 미국 화장품시장을 포함한 판매시장 다각화는 절실하다. 중국 화장품사업에서 대표 브랜드인 ‘후’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시장지위도 갈수록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미국 화장품시장 규모는 895억 달러(104조5천억 원)로 73조 원의 중국보다 훨씬 크다. 한국 화장품의 미국 수출도 2018년 약 5975억 원으로 2017년보다 25%나 증가하는 등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화장품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에이본 외에 추가적 인수합병을 통해 미국사업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미국을 교두보로 삼아 캐나다와 남미, 나아가 유럽 등 세계 주요시장에서 사업을 펼쳐 아시아의 성공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부회장이 유통 플랫폼을 인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이 지속하고 있는 인수합병은 해외, 그리고 보유한 콘텐츠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플랫폼 등의 특징이 있다”며 “최근 콘텐츠와 유통이 결합하는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