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외부로 칩 판매를 시작했다. <하이실리콘> |
화웨이의 모바일용 반도체 기린칩을 탑재한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이 등장하게 될까.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외부 기업을 대상으로 칩 판매를 시작한다. 하이실리콘의 기린과 삼성전자의 엑시노스가 모바일 반도체시장에서 경쟁구도를 형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일 시장조사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2020년부터 화웨이 아닌 회사에 반도체 제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실리콘은 지금까지 화웨이 스마트폰에만 칩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2019년 4월 상하이에 설립된 자회사 상하이 하이실리콘은 2019년 말 중국에서 열린 ELEXCON 2019에서 4G통신칩을 공개하며 외부 판매계획을 밝혔다.
하이실리콘은 4G와 5G통신칩으로 우선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시장을 공략한다. 화웨이와 샤오미, TCL 등 중국 기업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지능형 사물인터넷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데 하이실리콘는 화웨이 전략의 선봉에 서게 됐다.
이외에도 하이실리콘은 주력 제품인 카메라를 스마트비전으로, 셋톱박스와 TV를 스마트미디어로 브랜드화 하는 등 외부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개편에 나섰다.
하이실리콘의 매출규모는 이미 글로벌 팹리스(설계전문기업)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다. 중국 기업으로 한정하면 팹리스와 파운드리 등 모든 반도체기업을 통틀어 가장 매출이 많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의 2019년 상반기 매출은 35억 달러로 글로벌 반도체업계 16위였다. 15위인 미디어텍(37억 달러)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하이실리콘은 2018년 상반기보다 매출이 25% 늘어나며 상위권 업체들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하이실리콘은 2019년에 매출 75억 달러를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보다 24% 증가한 것이다.
하이실리콘은 세계에서 드물게 7나노 설계기술을 보유한 회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경쟁상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TSMC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잠재 고객으로도 꼽힌다.
TSMC의 7나노 생산시설 가동률이 퀄컴과 애플 등 주요 기업 중심으로 높아지면서 하이실리콘이 삼성전자에 제품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이실리콘의 외부 판매물량이 늘어나면 삼성전자 위탁생산을 활용할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하이실리콘이 화웨이를 제외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 칩을 공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화웨이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자체 프로세서를 주로 사용하고 다른 제조사는 대부분 퀄컴과 미디어텍 제품을 사용해 시장을 뚫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하이실리콘보다 먼저 자체 프로세서 엑시노스를 외부에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비보 한 곳에만 칩을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이실리콘이 외부 매출이라는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이실리콘은 1991년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센터로 시작했으며 2004년 분사해 정식으로 설립됐다. 다양한 통신칩과 모뎀 등을 설계하다가 2011년부터 휴대폰을 위한 시스템반도체(SoC)로 영역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화웨이는 다른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과 차별화를 할 수 있었다.
하이실리콘이 2012년 처음으로 K3시리즈를 내놓았을 때만해도 화웨이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 다른 회사의 칩을 사용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기린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자체 프로세서 탑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첫 제품인 기린910은 화웨이 스마트폰 어센드P7, P6S, 미디어패드X1 등에 적용됐다.
2019년에는 5G통신을 지원하는 기린990을 출시했다. 메이트30, 메이트30프로 등 화웨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물론 아너V30 등 보급형 제품까지 폭넓게 하이실리콘의 기린990을 사용하고 있다.
하이실리콘은 현재 베이징, 상하이, 청두, 우한, 싱가포르, 한국, 일본 등에서 7천 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200개 이상의 칩셋을 개발했으며 8천 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