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발판으로 '발행어음 4호 사업자'가 되기 위한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갈까?
31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이 발행어음사업자 인가요건인 초대형투자은행(IB)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투자은행이 만기 1년 이내로 자체 신용에 따라 발행할 수 있는 어음이다.
발행어음사업자가 되면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발행어음사업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투자금융사업의 ‘핵심사업’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발행어음사업자로 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곳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9년 최대실적을 내며 자본금 4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9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6689억 원, 순이익 5546억 원을 거둬 2018년보다 각각 27.7%, 27.9% 늘었다.
자본금도 3조4700억원에서 4조200억원으로 약 16%가 늘었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금융위원회가 정한 초대형투자은행 인가요건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발행어음업 인가 심사는 연결기준이 아닌 개별기준 자기자본을 평가하고 후순위채와 영구채 등 신종자본증권을 자기자본 산정에서 제외한다.
이 산정방법에 따르면 현재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3조7천억 원이다.
발행어음사업은 먼저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영업과 판매수량 확보 등 경쟁에 유리하다.
'발행어음 4호 사업자'로 유력했던 미래에셋대우와 신한금융투자의 발행어음사업 인가시점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은 발행어음사업에 별다른 걸림돌이 없어 경쟁 증권사보다 먼저 발행어음사업에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2019년 66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발행어음시장 진출을 준비했지만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사태 등 악재에 휘말려 한동안 발행어음사업 인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받고 있어 발행어음사업 인가가 보류된 상황에 놓여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발행어음 4호 사업자’ 후보인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5천억여 원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초대형 투자은행 요건을 충족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금융 등 주요사업의 위축이 예상되면서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절실해지고 있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부동산금융 중심의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발행어음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뤄왔는데 정부의 부동산사업 규제정책에 따라 부동산금융부문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또 4월15일부터 종합금융업 면허가 만료돼 부동산 PF(파이낸싱 프로젝트)를 포함한 IB(기업금융)사업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발행어음사업자가 되면 어음 발행으로 높아진 자본력을 대체투자에 활용할 수 있어 IB부문과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 발행어음을 개인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돼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됐던 리테일금융부문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유상증자나 어음발행업 관련 인프라를 미리 구축할 구체적 계획은 세워두지 않았다“면서 발행어음업 진출과 관련해서는 “자연스럽게 요건이 갖춰지면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