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장은 교섭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뜻도 밝혔는데 3년 만에 해를 넘긴 교섭을 서둘러 마무리하기 위해 노조 새 지도부와 담판을 지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28일 현대제철 노사에 따르면 30일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 제21차 임금협상 본교섭이 열린다.
현대제철 노사가 본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거의 80일 만이다. 노사는 지난해 임금협상을 시작한 뒤 19차례나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았지만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게다가 협상기간에 노조 새 지도부 선출이 이뤄져 2019년 11월13일 이후 교섭마저 중단됐는데 최근 노조 새 지도부와 회사가 상견례를 열면서 다시 교섭이 시작됐다.
안동일 사장이 앞으로 회사를 대표해 협상에 꾸준히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교섭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 사장은 21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열린 제20차 본교섭에서 노조에 “현 집행부와 최대한 의견을 맞춰 조속히 교섭을 마무리하겠다”며 말했다. 2019년 임금협상이 해를 넘긴 만큼 직접 주도해 노조와 합의를 이끌어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회사쪽이 ‘실질임금 삭감안’을 제시한 만큼 안 사장이 노조를 설득하지 못하면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회사가 지난해 최종적으로 노조에 제시했던 안은 △기본급 3만4108원 인상 △성과급 150%(기본급 대비)+250만 원 등으로 2018년 합의안과 비교하면 회사가 실질임금 삭감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사는 2018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4만3788원 인상, 성과급 250%+280만 원에 회사 창립기념일 소급분 명목으로 2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올해 회사가 제시한 안 대로라면 기본급이 소폭 인상됨에도 성과급이 '100%+30만 원" 삭감돼 조합원들이 실제 손에 쥐는 돈이 지난해보다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노조 새 지도부는 이전 노조에서 제시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 등을 고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안 사장이 협상 타결을 위해 물러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현대제철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 인상폭을 2018년 수준에 맞춘다면 경영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계열사인 기아차 사례와 비교해봐도 안 사장이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할 여지가 거의 없다.
기아차 노조는 현대차보다 성과급을 더 많이 달라며 노사의 1차 잠정합의안을 부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기아차 사측 교섭대표인 최준영 대표이사는 회사의 경영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기본급과 성과급은 끝까지 기존 제시안을 고수해 협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노조도 물러설 여지가 많지 않다. 노조 지도부가 새로 들어선 만큼 전임 노조가 거부한 회사안을 순순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사가 모두 어려운 경영상황을 감안해 2월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자는 데 공감대를 지니고 있어 안 사장과 노조가 조금씩 양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안동일 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서겠다는 것은 그만큼 협상 타결의 필요성도 크고 의지도 강하다는 표현 아니겠느냐”며 “본교섭을 재개해봐야 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안 사장은 지난해에도 박종성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장 맡아서 진행한 협상에 간간이 참석해 교섭의 연내 타결을 시도했지만 노조가 사상 처음으로 5개 지회(인천, 당진, 포항, 순천, 충남) 합동으로 교섭에 참여해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타협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현대제철을 제외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은 이미 임단협 교섭을 모두 마무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