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앞세워 주택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주택사업 확대는 김 사장이 주력하는 기업가치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칫하면 다수의 미분양 물량을 떠안게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올해 주택공급 목표를 10대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3만4천 세대로 제시했다. 대우건설 다음으로 높게 잡은 GS건설보다 30% 이상 많은 수준이다.
대우건설이 만약 올해 주택공급을 목표대로 달성한다면 2015~2016년 주택 호황기 이후 4년 만에 3만 세대가 넘는 주택을 공급하게 된다.
대우건설은 2015년 4만864세대, 2016년 3만42세대의 주택을 공급하며 주택사업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7년 1만9583세대, 2018년 1만3741세대 등으로 공급 물량이 크게 줄었다.
김 사장의 공격적 목표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주택사업의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전체 매출의 60% 가량을 주택건축부문에서 올릴 정도로 국내 주택사업 의존도가 큰데 김 사장은 2018년 6월 취임 이후 지속해서 주택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 다음 해인 2019년 3월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리뉴얼하고 10대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TV광고를 재개하는 등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쳤다. 그 결과 대우건설은 지난해 2만 세대 이상 아파트를 분양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규제 강화 속에서 2만 세대 이상 아파트를 분양한 10대건설사는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 둘뿐이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내에서는 2019년 리뉴얼한 푸르지오 브랜드를 바탕으로 약 2만1천 세대 주택 공급을 통해 동종사 대비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한 해 분양실적은 분양 이후 2~3년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택 분양 확대는 김 사장의 최대과제인 기업가치 제고와 연결될 수 있다.
김 사장은 40년 동안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을 거치며 건설업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전문경영인으로 대우건설 매각 기반을 다질 적임자로 낙점돼 대표에 올랐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7월 KDB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가 출범하면서 매각 시기가 다소 뒤로 밀렸다. 시간이 더 주어진 만큼 김 사장은 기업가치를 더 높이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해외 LNG액화플랜트사업 강화, 리츠 진출 등 신사업 확대 등에도 힘썼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주택사업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을 볼 때 주택사업 성과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김 사장에게 큰 부담이다.
지난해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분양일정이 미뤄진 탓에 몇몇 대형건설사들은 하반기 분양목표를 낮춰 잡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카드를 꺼내든 데 이어 올해도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무리한 분양으로 다수의 미분양 물량을 떠안게 된다면 기업가치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지난해 푸르지오의 트렌드를 앞서가는 혁신적 변화로 많은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다”며 “지속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올해도 공급실적 상위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