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이 ‘뇌전증 신약 개발’ 성과를 이을 후보물질로 항암제를 선택했다.
조 사장은 뇌전증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뇌암 치료제를 개발해 SK바이오팜의 신약 개발영역을 항암제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2일 SK바이오팜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현재 뇌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중추신경계분야에 집중했던 SK바이오팜이 항암제 분야로도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SK바이오팜은 1월21일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판매허가를 받는 등 중추신경계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엑스코프리는 올해 2분기 미국에서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은 엑스코프리의 뒤를 이을 신약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조 사장은 “SK바이오팜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판매허가를 받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다음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며 “2년마다 신약 하나씩은 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앞으로 항암제 개발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품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세계 항암제시장 규모는 2013년 960억 달러에서 2017년 약 1330억 달러까지 성장했다. 2022년에는 2천 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을 꿈꾸는 SK바이오팜에게 항암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조 사장은 뇌전증 신약을 개발한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뇌암 신약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뇌암은 현재까지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다.
기존 항암제가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지 못해 질병이 생긴 뇌 속 조직에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뇌혈관은 일반 혈관에 비해 조직구성이 훨씬 촘촘해 혈액 내에 녹아든 약성물질이 뇌 속으로 전달되기 어렵다.
하지만 조 사장은 SK바이오팜이 개발하고 있는 뇌암 신약은 뇌혈관장벽을 통과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뇌전증 신약을 개발할 때 뇌혈관장벽을 투과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해 이 기술을 뇌암 신약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특정 약물이 뇌혈관장벽을 통과할 가능성은 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이 구축한 화합물은 70% 이상의 투과율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SK바이오팜 연구진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
SK바이오팜은 현재 40만여 종의 중추신경 특화 화합물을 보유하고 있고 이 가운데 2만5천 종은 자체적으로 합성했다. SK바이오팜은 3년 전부터 삼성병원과 함께 뇌암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조 사장은 “SK바이오팜이 제일 잘 하는 게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는 케미칼(화학합성)의약품을 디자인하는 것”이라며 “"바이오의약품으로는 뇌에 도달하지 못하니 케미칼의약품으로 잡겠다”고 말했다.
뇌암은 완치가 힘들고 2년 이상 생존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뇌암 치료제의 미충족 수요는 매우 높다.
뇌암 치료제 시장규모는 2024년 3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임상에 성공한다면 뇌암 치료제시장에 진출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항암 치료약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은 뇌전증 개발을 통해 신약으로 실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속적 성장을 위해 항암제 등 다른 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