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원가율 안정화를 통한 해외사업 수익성 높이기를 과제로 안고 있다.
그동안 해외수주 역량 강화를 통한 성장기반 확보라는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룬 만큼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때가 됐다는 시선이 나온다.
16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은 2020년 들어 해외 신규수주를 2조 원 넘게 쌓았는데 최근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들어 불과 보름 만에 2019년 전체 개별기준 신규수주 4조7천억 원의 절반가량을 채운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5년 만에 해외수주 1위에 올랐는데 지금과 같은 흐름대로라면 올해도 좋은 수주성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이란의 이라크 미군 기지 폭격으로 유정 물 공급시설 등 이라크 프로젝트 수주시기가 다소 불투명해졌다”면서도 “여전히 풍부한 해외수주 후보군을 기반으로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 해외수주 규모와 비슷한 실적을 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해외사업 원가율이 아직 높은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해외사업 원가율은 2016년 이전 95% 미만에서 2017년 102.2%, 2018년 104.4%로 악화했다.
우루과이 복합화력발전 공사, 아랍에미리트(UAE) 사브 해상원유프로젝트 등 일부 현장에서 추가 원가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박 사장은 2018년 초부터 현대건설을 이끌어왔다. 해외현장 관리, 선별수주 등 노력을 통해 해외사업 원가율을 2019년 100% 미만으로 낮추기는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건설 해외사업 원가율은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보다 3~4%포인트 낮은 등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라고 파악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건설은 지난해 해외부문 원가율 개선이 기대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고 바라봤다.
다행히 국내 주택·건축 원가율은 2016년 87.6%에서 2018년 85.9%로 개선되는 추세에 있다. 여기에 해외원가율 개선까지 더해진다면 현대건설 전체 영업이익은 한층 늘어날 수 있다.
현대건설은 2019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을 9천억 원 안팎으로 거둔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초 “해외부문 수익성 개선 등을 통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는데 이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에 30년 넘게 몸담은 재무 전문가로 통한다. 2011년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되찾았을 때 재경본부장으로 투입됐다. 재무에 잔뼈가 굵은 만큼 수익성 개선부문에서 더욱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박 사장이 대표에 오른 지 3년째 되는 해로 1년 동안 회사를 어떻게 이끄느냐가 내년 임기 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사업의 위험요소와 관련해 각 사업본부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철저한 내부검토를 거치고 있다”며 “그런 만큼 올해 해외사업 수익성은 지난해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