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0대 건설사 대표와 현장안전 간담회를 진행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 우무현 GS건설 사장,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배원복 대림산업 사장,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연합뉴스> |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16일 시행된다. 10대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됐다.
개정법 시행 초기부터 안전사고라도 발생한다면 본보기로써 더욱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의 산재사고와 관련해 원청의 안전보건조치 책임과 의무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새 산업안전보건법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김용균씨의 죽음이 도화선이 돼 국회의 문턱을 넘어 김용균법으로 불리지만 건설현장 안전강화 내용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 동안 10대건설사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158명으로 이 가운데 150명이 협력업체 소속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10대건설사 현장 사망사고자 가운데 대부분이 협력업체 소속인 만큼 10대건설사들은 개정법 시행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망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의 기획감독이라도 받게 된다면 10대건설사 최고경영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기획감독에서 더 큰 문제가 발견되면 작업중지 명령을 받을 수도 있어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건설사로서는 기획감독 자체로 일정이 미뤄지는 것 자체가 비용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4월15일부터 5월3일까지 대우건설 전국 건설현장 51곳을 불시에 점검하는 기획감독을 시행하고 감독결과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조치를 내렸다. 그해 4월까지 대우건설 현장 3곳에서 4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숨지는 등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 이유였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우건설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충분한 역량이 있는데도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망 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건설업체에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가 특히 건설현장 안전에 관심을 두고 있는 점도 건설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산재 사망사고자 855명 가운데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428명(50.1%)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현장 사망사고자 감축을 이루려면 건설업 사망사고자를 줄이는 일이 필수적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4일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을 이틀 앞두고 10대건설사 대표이사를 만나 건설재해예방에 대형건설사가 앞장 서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등 10대 건설사 대표들이 모두 참석해 개정 산업안전보건법과 정부 정책 방향 등에 이해도를 높였다.
이에 앞서
김형 대우건설 사장,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등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안전문제를 각별히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건설현장 안전사고는 언제 어떻게 터질지 알 수 없는 만큼 향후 예방대책의 철저한 시행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10월까지 사망사고가 일어난 건설사 명단을 공개하는 등 규제 강도를 높였지만 같은 기간 10대건설사 가운데 6개 건설사 현장에서 모두 9명이 사고로 숨졌다.
30년 만에 전면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원청의 안전보건조치 책임 범위는 기존 사업장 안 22곳 위험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됐다. 추락, 붕괴사고와 관련해서는 사업장 밖이라도 원청 건설사가 제공·지정한 작업장이라면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공능력평가 1천위 이내 건설사 대표이사에게 현장사고를 사전에 막기 위한 안전·보건 계획을 별도로 수립해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의무도 지우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올해 건설업 감독은 추락 등 위험요인 제거를 중심으로 현장점검 등을 집중적으로 시행할 것”이라며 “1만개 이상 현장감독을 목표로 3주 전에 미리 안내한 뒤 불시에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