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주방가전 브랜드 쿠첸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부방그룹 지주사 부방의 오너일가 지분 변동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이동건 부방그룹 회장의 큰아들인 이대희 쿠첸 대표이사 사장과 둘째아들 이중희 테크로스 부사장이 계열분리를 통해 각각 쿠첸과 테크로스를 이끌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최근 이뤄진 지주사 지분 변동으로 둘째아들인 이 부사장에게 경영권 승계의 힘이 실리고 있다.
▲ 이동건 부방 회장(왼쪽)과 이대희 쿠첸 대표이사 사장. |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주사 부방의 최대주주가 된 부방 관계사 테크로스의 이중희 부사장이 조만간 테크로스 대표이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 부사장에 부방의 경영권이 승계될 수 있는 구도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테크로스가 부방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최상단에 위치하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의 부방그룹은 지주회사 부방이 쿠첸과 부방유통, 비즈앤테크컨설팅 등의 자회사를 보유한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에 테크로스가 지주회사 부방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테크로스-부방-쿠첸 등 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졌고 이 부사장이 사실상 부방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부사장은 현재 테크로스의 주식 1064만3093주를 보유해 지분 38.41%를 들고 있다. 여기에 이 부사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제이원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들고 있는 부방의 지분 5.33%까지 더하면 이 부사장의 지분은 43.74%로 더 높아진다.
테크로스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따져봐도 이 부사장의 지배력에는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약속한 시점이 되면 주식을 발행한 회사로부터 상환을 받거나 발행 회사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다.
테크로스의 상황전환우선주를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이동건 회장의 지분을 모두 보통주로 전환해도 이 회장은 테크로스의 지분 20% 남짓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현재 테크로스의 지분 6.72%를 들고 있는 큰아들인 이 사장에게 모두 넘긴다고 가정해도 이 부사장이 들고 있는 38.41%의 지분보다 10% 이상 적다.
이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회장이 현재의 부방인 부방테크론의 지분율 40% 이상 들고 있었다. 하지만 둘째아들인 이 부사장이 2003년 이 회장의 주식을 사들여 지분 11.47%를 확보하며 큰아들인 이 사장보다 먼저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4년에는 이 부사장이 이 회장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 41.79%까지 부방의 지분율을 높이기도 했다. 이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가능성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이후 부방이 부방테크론, 부방유통 등을 흡수합병한 뒤인 2008년 큰아들 이대희 사장이 부방 지분을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서자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부방의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이 부사장이 부방그룹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이 사장의 경영권 승계설은 힘이 빠졌다.
최근 지분관계에 변동이 생긴 것을 두고 형제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있었던 것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이와 관련해 테크로스 관계자는 “부방의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해 말할 수 없다”면서도 “경영권 분쟁은 확실히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비상장회사인 테크로스가 상장회사인 부방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우회상장은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법 등을 통해 증권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말한다.
테크로스 관계자는 “테크로스는 현재 상장 자체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우회상장이라고 보는 것도 일부의 시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