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이 한진칼 경영참여를 밝힌 뒤 최종적 의도에 시선이 몰린다.
50년 '건설외길'을 걸으며 반도건설을 키운 뚝심의 경영 스타일을 볼 때 8%대 지분으로 한진칼 주총에서 1, 2대 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사모펀드 KCGI 사이에서 원하는 바를 얻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건설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권 회장이 건설업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다 이뤄냈다는 판단이 한진칼 투자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건설은 시공능력 평가에서 2018년 12위, 2019년 13위에 올랐는데 그 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주택이 아닌 해외사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반도건설 위에 자리잡은 건설사는 합병을 통해 순위를 크게 올린 호반건설을 제외하고 모두 해외사업을 주요 포트폴리오로 지닌 대기업집단 계열 건설사다.
권 회장은 과거 아랍에미리트 도시개발사업 등으로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했다가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불확실성이 큰 해외사업보다 한진칼에 투자하는 것이 반도그룹의 미래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권 회장은 2010년 반도그룹 출범 30주년 기념식에서 '2015년 30대 건설사 진입, 2020년 20대 건설사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이를 이미 모두 이뤄내기도 했다.
더구나 2015년 영입한 삼성물산 출신 박현일 사장을 통해 반도건설에 전문경영인체제도 확고히 갖춰 놓았다.
권 회장이 본업인 건설업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한진칼 투자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권 회장은 1944년 태어나 70대 중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칼 경영에 참여한다는 과감한 선택을 내리며 한진칼 주총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권 회장이 한진칼 주총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만큼 권 회장을 향한 시장의 관심은 3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과거 그의 경영 스타일을 볼 때 어느 쪽으로든 방향을 잡으면 단단한 실행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권 회장은 건설업계에서 실행력 강한 뚝심있는 경영인으로 평가된다.
1970년 주택사업에 첫 발을 내딛은 뒤 50년 동안 건설외길을 걸었다. 2010년 이후 호반건설, 태영건설, 중흥건설 등 다른 중견건설사가 국내 주택경기 침체에 대비해 사업다각화를 시도할 때도 오로지 건설업에 집중해 반도건설을 10위권대 건설사로 키웠다.
2005년 지방 중견건설사의 약점을 극복하고 1만3천여 개 건설사를 회원으로 둔 대한건설협회장에 오른 일은 권 회장의 뚝심을 보여주는 대표사례로 꼽힌다.
대한건설협회는 당시만 해도 동아건설, 대우건설 등 주로 전국구 건설사 대표들이 회장을 맡았다. 권 회장의 반도건설은 부산지역 건설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 때였다.
▲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가운데)이 2019년 10월22일 경기 화성 '동탄역 카림애비뉴 2차'에서 열린 반도문화재단의 '아이비라운지' 개관식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반도건설> |
하지만 권 회장은 전국을 돌며 100명이 넘는 대의원을 직접 만나 지지를 호소했고 결국 3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23대 대한건설협회장에 선출됐다. 2008년에는 대한건설협회를 안정적으로 이끈 공을 인정받아 압도적 표차로 연임에 성공했다.
권 회장은 대한건설협회장 시절 정부에 규제완화를 요구하며 그 반대급부로 지나치게 고가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업체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제안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명단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권 회장은 당시 건설업계의 자정노력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분양을 앞둔 평택 용이지구 ‘반도유보라’를 애초 승인가격보다 10% 낮춰 공급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권 회장은 과거 만능스포츠맨으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운동을 즐겨했는데 특히 승마에 애착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낙마해 뇌수술을 5번이나 받을 정도로 크게 다쳤는데 회복 이후 서울시 승마협회장을 맡는 등 다시 말을 즐겨 탔다고 한다. 이 역시 권 회장의 뚝심있는 성격을 잘 나타내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권 회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3월로 예정된 주총이 끝나면 한진칼의 경영은 안정되고 기업가치는 더 오를 것”이라며 “주총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