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HDC그룹의 지주회사인 HDC 지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C 주가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의 기반을 다지려는 뜻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건설업계와 재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 회장의 세 아들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HDC의 지분을 지속해서 늘려나갈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의 세 아들인 정준선씨, 정원선씨, 정운선씨는 지난해 5월 처음 HDC 지분을 매입한뒤 꾸준히 지분을 늘려 현재 0.5%(30만 주)까지 지분을 확대했다.
첫째인 정준선씨 0.20%(12만 주), 둘째인 정원선씨 0.18%(11만 주), 셋째인 정운선씨 0.12%(7만 주) 등이다.
정 회장은 2018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 뒤 한동안 그의 지분을 늘렸는데 지난해 5월부터는 세 아들을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HDC그룹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을 당시 HDC를 향한 지배력이 13.36%에 그쳤으나 현물출자, 장내 매수 등으로 지난해 7월 지분율을 33.68%까지 확대한 뒤 더 이상 지분을 사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이 어느 정도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한 만큼 경영권 승계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세 아들의 지분율을 늘린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HDC 주가가 크게 떨어진 점도 세 아들의 지분 확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HDC 주식은 현재 1만 원대 초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준선씨는 지난해 5월 HDC 주식을 1주당 1만5900원에 6만 주를 샀는데 8일과 9일에는 그보다 36% 가량 낮은 1만150원에 2만 주를 샀다.
세 아들이 지금껏 HDC 지분 확보에 쓴 자금은 정준선씨 17억5700만 원, 정원선씨 15억3300만 원, 정운선씨 10억5600만 원 등 모두 43억4700만 원이다.
정준선씨는 1992년, 정원선씨는 1994년, 정준선씨는 1998년에 태어나 지분을 대거 확대할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이미 기존 예금과 함께 보유하고 있는 HDC 주식을 담보 삼고 빌린 돈을 통해 HDC 지분을 확대하고 있는데 주가 하락의 틈을 지분 확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들의 지분 확대는 주가 방어의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정준선씨와 정원선씨는 최근 장내에서 각각 2만 주, 정운선씨는 1만9천 주의 HDC 주식을 매입해 현재 지분율을 만들었다.
정 회장 일가가 HDC 지분을 매입한 것은 지난해 9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가를 공식화한 뒤 처음이다.
HDC 주가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가 이후 불확실성에 따라 계속 떨어졌는데 정 회장 일가가 지분을 매입한 만큼 시장은 현재 주가 수준이 저점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재계에서는 세 아들이 수년 안에 HDC그룹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본격적으로 받을 가능성도 나온다.
대기업 총수 일가는 보통 서른 살 전에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하는데 첫째인 정준선씨는 내년이면 서른 살이 된다.
정 회장 역시 27살 현대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35살에 현대차 회장에 올랐고 38살에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됐다.
정준선씨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네이버의 사내독립기업(CIC)에서 병역특례로 복무하며 인공지능(AI)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DC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 일가의 주식 매입은 개인적 부분이라 추가 매입 가능성 등을 확인할 수 없다”며 “정 회장 아들의 그룹 입사 계획도 알려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