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소액대출상품 판매마저 중단하며 사실상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상황에 놓였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올해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상품을 내놓고 케이뱅크 반등을 이루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자본위기가 갈수록 깊어져 고심이 클 수 밖에 없다.
케이뱅크는 12일 여신상품으로 예적금담보대출상품만 판매하고 있다.
자본 부족으로 지난해 연말까지 판매한 소액대출상품 ‘쇼핑머니’ 판매까지 중단하며 신용대출상품 판매가 모두 중단된 것이다.
쇼핑머니는 외부 신용등급 1~8등급, 만 20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는 소액대출상품이다. 최대한도는 500만 원으로 지난해 1월 출시 이후 50만 원 대출까지는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케이뱅크가 소액대출상품 판매까지 중단했다는 것은 자본위기가 더욱 깊어졌다는 신호로 파악된다.
쇼핑머니는 케이뱅크가 여신을 제공하는 정상적 은행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부터 ‘직장인K 신용대출’, ‘비상금 마이너스통장’, ‘슬림K 신용대출’ 등 일반 신용대출 영업을 차례로 중단하면서도 쇼핑머니 판매는 지속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 행장은 해가 바뀌면 해결될 줄 알았던 자본위기가 더욱 깊어져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심 행장은 지난해 자본위기 속에도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상품을 준비하며 올해 케이뱅크 도약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상품 개발이 대부분 진행됐다”며 “자본 문제만 해결되면 상품을 이른 시일 안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올해 상반기에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상품을 내놓는다면 세계 최초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상품을 운용하는 은행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담보물인 주택가치 산정 등의 모든 과정이 비대면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장벽이 높은 영역으로 여겨진다.
심 행장으로서는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상품을 내놓음으로써 케이뱅크의 영업력을 확대하고 기술력도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케이뱅크 자본문제를 풀 열쇠인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개정안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도 인터넷전문은행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KT는 지난해 초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케이뱅크 지분율을 10%에서 34%로 높여 최대주주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에 발목이 잡혔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은 9일 열린 임시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반대 등으로 결국 불발됐다.
여야 정무위 간사 합의가 이뤄진 사안이라는 점에서 통과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채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도입도 반대했지만 이후 원내대표 합의에 따라 의견을 철회했다”며 “법사위가 열리기만 한다면 개정안 통과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케이뱅크가 겪는 위기는 커질 수밖에 없어 심 행장은 초조함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올해 영업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내년에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출범으로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시선도 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 토스뱅크보다 플랫폼 영향력이 뒤떨어지는 약점을 안고 있다”며 “올해 영업 기반을 닦아두지 못한다면 내년 토스뱅크와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