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0-01-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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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올해는 신차를 내놓지 않는다. 6년 만에 신차 출시가 없는 해다.
쌍용차는 유독 빈약한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4년 연속으로 내수 판매 10만 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올해 신차 없이도 이런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구심 섞인 시선도 많다.
▲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1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완성차5사 가운데 신차가 출시되지 않는 기업은 쌍용차가 유일하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해 모두 14종 이상의 신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6종, 한국GM도 최소 2~3종 이상의 신차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도 애초 올해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코란도에 기반한 전기차를 선보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실적 부진 탓에 개발이 지연되면서 2021년 이후 출시로 계획이 연기됐다.
사실상 기존 차량의 연식변경모델만으로 올해를 버텨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쌍용차의 약점인 ‘빈약한 라인업’이 5년 연속 연간 내수 판매 10만 대 달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티볼리와 코란도, G4렉스턴 등 SUV에 픽업트럭인 렉스턴스포츠를 합쳐 모두 4종의 라인업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코란도 투리스모라는 다목적차량을 판매해 5종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 차량은 2019년 1월 단종됐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4종의 차량을 각각 2만5천 대 이상 판매해야만 내수 판매 10만 대 선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실제 쌍용차의 차량 판매비중을 보면 2019년 기준으로 렉스턴스포츠 38.6%, 티볼리 33.1%, 코란도 16.3%, G4렉스턴 12% 등이다. 렉스턴스포츠와 티볼리가 전체 판매량을 대거 견인하는 구조인데 이 두 차량의 지난해 판매량은 직전 연도와 비교해 각각 1.6%, 19.3% 감소했다.
렉스턴스포츠는 한국GM의 픽업트럭 콜로라도의 등장에 타격을 받고 있다. 티볼리도 현대기아차의 셀토스와 베뉴의 출시로 판매가 줄었다.
G4렉스턴 역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의 팰리세이드 돌풍에 판매량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2019년 하반기에 코란도 가솔린모델을 내놓은 덕에 코란도 판매량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다른 라인업의 판매 감소폭을 만회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티볼리 부분변경모델과 코란도 완전변경모델의 출시에도 불구하고 판매에서 고전했던 쌍용차로서는 올해 신차 공백이 더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쌍용차가 신차를 선보이지 못하는 것은 6년 만이다.
쌍용차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의 신차 공백을 버틴 뒤 2015년 출시한 소형 SUV 티볼리를 성공시켜 국내에서 회생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에도 2016년 티볼리 롱바디모델, 2017년 G4렉스턴, 2018년 렉스턴스포츠, 2019년 렉스턴스포츠 롱바디모델과 코란도 등 신차를 꾸준히 쏟아내며 내수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으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연간 1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같은 기간 쌍용차와 같이 외국계 완성차기업인 한국GM과 르노삼성차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부진을 겪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