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0-01-08 15: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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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의 현대차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하늘을 나는 개인용 비행체(PAV)’시장에서 글로벌기업의 기술 개발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에어택시 개발만 수년 동안 진행해온 글로벌 차량공유기업 우버와 손을 잡은 것도 이런 시장 흐름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사업이 언제나 그렇듯 현대차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시장 주도권을 거머쥐려면 경쟁기업보다 합리적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이런 점을 의식해 현대차의 글로벌 제조역량과 우버가 쌓은 개인용 비행체 제조기술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10년 안에 상용화될 개인용 비행체시장을 선점하려면 비행체 양산단가를 낮춰 대중들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을 책정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빌리티시장 전망기관 모빌리티포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기술 수준에서 글로벌기업들이 내놓고 있는 개인용 비행체의 판매가격은 최소 20만 달러 이상이다. 일반 자가용 구매비용을 훨씬 웃돌기 때문에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다.
2016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한 해 동안 판매되는 20만 달러 이상의 고급 승용차는 2만여 대에 불과하다. 이 수요만 노리고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많다는 점에서 개인용 비행체 개발에 나선 기업들도 모두 양산단가 낮추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글로벌기업들의 개인용 비행체시장 진출을 놓고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며 “배터리 기술은 제한돼 있는데 운행과 유지보수비용은 상업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낮아야 한다”고 바라봤다.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도심 항공모빌리티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이런 과제 극복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에릭 앨리슨 우버엘리베이트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와 협력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량으로 우수한 품질의 항공기를 생산하면 그 결과 승객당 서비스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며 “현대차는 차량 개발과 제조, 배터리 기반 동력시스템 분야에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에 수백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글로벌 제조역량을 보유한 만큼 이를 활용해 개인용 비행체의 양산 단가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현재 개인용 비행체 개발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스타트업들이다. 토요타와 아우디 등 일부 완성차기업들도 개인용 비행체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단계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제조역량'을 꺼내든 것은 시장 선점에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5위 수준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제조 역량에 한계를 보이는 스타트업들을 제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우버와 협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우버는 수년 전부터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에어택시 개발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서비스 플랫폼 제공기업이라는 특성상 실제 비행체 양산에서는 약점도 안고 있다.
현대차의 제조역량과 우버의 플랫폼이 결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측면에서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개인용 비행체의 양산단가 하락은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도 현대차에게 도움을 준다. 초기 납품가격이 비싸면 비쌀수록 사업의 손익분기를 맞추기 위해 서비스 제공비용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기업들 역시 ‘저렴한 서비스 이용요금’ 제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독일의 항공택시 스타트업 릴리움을 설립한 다니엘 위간드는 “목적지가 가깝다면 (개인용 비행체를 활용한 에어택시의) 서비스비용은 일반택시와 비슷할 것”이라며 “먼 곳을 이동해야 한다면 고속철도 승차권이나 이코노미 항공기 티켓 가격 정도가 될 듯 하다”고 말했다.
릴리움은 지난해 에어택시의 시범비행에 성공하며 2025년을 개인용 비행체의 상용화 시기로 잡고 있어 글로벌 선두권 개인용 비행체 개발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에어택시 제조기업인 볼로콥터 설립자 알렉산더 조셀도 조용하고 안전하며 항공 여행을 ‘민주화’하는 것이 개인용 비행체 개발의 세 가지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현대자동차의 도심 항공 모빌리티 관련 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 <현대자동차>
현대차와 손잡은 우버가 세운 목표는 개인용 비행체를 통한 에어택시의 서비스요금을 우버의 고급 승용차 호출서비스와 비슷한 우버X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것이다.
물론 이런 목표들을 달성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기술적 한계 탓에 10년 안에 서비스 이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항공산업 컨설팅기업 틸그룹의 리처드 아불라피아 부회장은 해외언론과 인터뷰에서 “스타트업들은 수많은 항공기를 저렴하게 생산해 더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개인용 비행체시장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논리는 구체화되지 않은 선순환을 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가능해진다고 하더라도 하늘을 하는 비행체는 부유한 사람들에게조차 사치품이 될 것”이라며 개인용 비행체시장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의 10년 뒤 모습을 △내연기관 자동차 50% △개인용 비행체 30% △로보틱스 20% 등으로 내다보고 있다.
완성차 기반의 사업구조를 대거 하늘을 나는 비행체로 대체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두고 있는 만큼 이러한 비관적 전망을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신사업에서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이외에도 여러 글로벌 항공기 제조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완성차기업들은 개인용 비행체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주요 기업만 보면 보잉과 에어버스를 비롯해 토요타와 포르쉐 등 최소 20여 개 이상의 기업이 각기 다른 모양의 플라잉 에어플레인을 개발하고 있다. 스타트업까지 더하면 세계적으로 150개 이상의 기업이 300종 이상의 플라잉 에어플레인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