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헬릭스미스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르면 3~4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의 후속 임상3상을 시작해 2019년에 겪은 엔젠시스 임상 3-1A상의 실패를 만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 대표는 엔젠시스 임상에 집중하기 위해 최근 유승신 상무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회사 경영을 유 사장에게 맡기고 김 대표는 엔젠시스의 임상과 기술수출에 힘을 쏟겠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이제는 회사의 존망이 달려 있는 엔젠시스 임상에 집중하면서 나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우선 13일에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엔젠시스의 기술수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행사에서 엔젠시스를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한다면 신약 개발의 실패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계약금을 확보해 향후 임상진행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다.
김 대표는 2019년 9월 “기술수출과 관련된 가능성은 언제나 열어두고 있는 상태”라며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조기에 기술수출을 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르면 3월부터 시작하는 엔젠시스 후속 임상3상에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엔젠시스의 후속 임상3상은 환자 수가 500명에 육박했던 임상3-1상과 달리 환자 150~200명의 중간 규모로 2~3개로 진행한다. 대규모 임상을 쪼개어 각각 다른 임상디자인을 적용한 뒤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은 임상으로 판매허가를 받겠다는 전략이다.
또 약물효과를 얻는 데 조금이라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과정이나 절차, 시험법을 없애거나 간소화해 임상실패 가능성을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환자를 선별할 때 통증을 정확하게 측정할 능력이 없거나 통증 변동성이 심한 피험자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도 도입한다.
엔젠시스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헬릭스미스의 기업가치도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헬릭스미스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1조8800억 원으로 2019년 최고점과 비교해 3분의 1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엔젠시스의 임상3-1상에 실패하면서 헬릭스미스의 신약개발 능력을 향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탓이다.
엔젠시스의 기술수출 성사 여부도 향후 헬릭스미스 기업가치 변동의 중요한 요소다.
반면 올해 헬릭스미스의 기업가치가 최고점이었던 수준으로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헬릭스미스의 임상 역량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2019년 10월 엔젠시스의 임상 성공확률을 기존 60%에서 22%로 변경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헬릭스미스의 임상시험 관리와 프라시보 효과 컨트롤 능력에 의문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엔젠시스의 후속 임상3상 결과는 빨라야 2021년 3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020년에는 별다른 임상진척 상황이 공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헬릭스미스의 시가총액은 2019년 1년 동안 2조444억 원이 떨어졌는데 바이오기업 가운데 신라젠에 이어 2번째로 감소폭이 컸다”며 “15일 예정대로 엔젠시스 약물혼용 원인이 발표되면 향후 임상의 성공가능성과 주가 방향성 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