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쌍용차에 따르면 예 사장은 예산이 넉넉지 않은 만큼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효율적으로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예 사장은 쌍용차 성능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마케팅비용에 쓸 자원이 부족해 해외에서 광고나 고객 대상 판촉행사 등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게 힘든 만큼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겠다는 것이다.
주요 수출거점으로 점찍은 유럽과 호주 등에서 쌍용차가 ‘싼 디스커버리’로 불리는 등 성능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어 이런 강점을 부각하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게 수월할 수 있다.
실제 영국의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익스프레스는 G4렉스턴 리뷰에서 “기존 렉스턴은 '저렴한 디스커버리'로 각광받았는데 이 대형SUV(G4렉스턴)은 훨씬 더 매력적이며 견고하게 제작돼 운전하기에 더 좋다”고 호평했다. 디스커버리는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인 랜드로버에서 나온 SUV 모델인데 국내에서는 대략 7천만~1억 원 사이에서 판매가격이 형성돼 있다.
쌍용차의 다카르 랠리 참석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다카르 랠리는 자동차 경주도로를 반복해 주행하는 일반 자동차 경주대회와 달리 사막, 계곡, 산길 등을 달려야 해 ‘죽음의 랠리’라고도 불린다. 완주하면 자동차의 성능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셈인데 쌍용차는 코란도를 내세워 완주를 목표로 5일 시작된 다카르 랠리에 참여했다.
예 사장은 쌍용차가 한국에서 3위 자동차기업이라는 점도 마케팅전략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해외에서 어느 정도 브랜드 이미지를 다진 만큼 ‘한국 3위’라는 타이틀은 나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쌍용차는 2018년, 2019년 2년 연속으로 내수시장에서 판매순위 3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예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해외 대규모 농업박람회에 차량을 전시하거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판매를 늘려 쌍용차 이름을 알리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쌍용차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은 예 사장에게 쉬운 과제가 아니다.
라인업이 빈약한 상황이라 수출을 늘리려면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마케팅활동 강화밖에 없는데 이 또한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처럼 현지 맞춤형 차량을 내놓거나 판매법인을 세울 여력이 없어 해외 판매 대부분을 현지 딜러들에 맡기고 있다.
또 유럽 자동차시장에서는 전기차 등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에 대응할 수 없는 라인업이 없다는 점도 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힘든 요인이다.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앤마힌드라의 기대감이 높은 점은 예 사장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앤마힌드라는 이미 쌍용차의 내수 판매실적은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바라보고 사실상 예 사장에게 수출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앤마힌드라 사장 겸 쌍용차 이사회 의장은 2019년 11월 마힌드라앤마힌드드라의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한국 자동차시장 침체에도 쌍용차는 9개월 동안(2019년 1~9월)두각을 나타냈다”며 “세계 자동차산업이 침체되면서 쌍용차의 수출지역들도 타격을 받아 2019년에는 수익성을 내지 못했지만 (2020년) 1분기와 2분기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예 사장을 영입한 건 그가 풍부한 해외 경험을 앞세워 수출확대를 이끌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예 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있을 때 기아차 유럽총괄법인장 등을 맡아 판매실적 확대를 이끈 경험이 있다.
쌍용차는 2019년 유럽시장에 코란도를 출시하며 해외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자동차를 모두 2만7446대 판매하는 데 그쳤다. 2018년보다 19.7% 줄어든 수치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