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권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이른바 ‘강성’으로 분류되는 노조위원장들이 잇달아 등장해 은행권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홍배 현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된 데 이어 KB국민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에서 강성 노조들이 잇달아 출범을 앞두고 있다.
▲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인과 류제강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당선인. |
우선 박홍배 위원장은 지난해 초 KB국민은행에서 19년 만의 파업을 이끈 인물이다.
파업을 놓고 국민적 여론이 매우 좋지 않았던 데다 KB국민은행 직원들의 우려도 높았지만 파업을 강행하면서 금융권에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박 위원장은 다음 금융노조 위원장에 도전하기 위해 파업을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취임 직후 IBK기업은행장의 낙하산 인사를 저지하겠고 밝히며 벌써부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뤄진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는 류제강 후보가 당선됐다.
류 당선인 역시 강성으로 분류된다. 류 당선인은 박홍배 위원장과 함께 3년 가까이 KB국민은행 노조 5대 집행부에서 호흡을 맞췄다.
박 위원장이 노조위원장을, 류 당선인이 수석부위원장을 맡아 올해 초 파업도 함께 이끌었다. 류 당선인은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조합장도 겸임하고 있다.
류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지난 3년 동안 이룬 노동조합의 변화는 계속되어야 하며 새로운 노사관계가 9부 능선을 넘은 만큼 지금 멈추면 안 된다’는 점을 내세웠다.
사실상 기존 노조와 연속성을 강조한 셈으로 앞으로 3년 동안 KB국민은행의 노사관계가 지난 3년처럼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최호걸 KEB하나은행 노조위원장 당선인도 강성으로 분류된다. 최 당선인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된 뒤 KEB하나은행의 첫 통합 노조위원장이다. 최 당선인 역시 선거 때부터 ‘실력있는 강한 노조’를 내걸었다.
기존 하나은행 노조도 하나은행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하나은행 노조는 최근 불거진 DLF(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 때 우리은행 노조와 달리 경영진의 책임을 강하게 규탄했다. 지난해 초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의 하나은행장 연임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올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벌여야 해 부담이 커졌다.
올해도 저성장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가계대출 규제 역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쟁 심화까지 겹치면서 은행들이 수익을 내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류 당선인의 당선에는 KB국민은행은 물론 KB금융지주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류 당선인은 5대 집행부를 지내는 3년 내내 박홍배 위원장과 함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특히 윤 회장의 연임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노사관계가 크게 악화하기도 했다.
올해 윤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만큼 윤 회장이 연임에 다시 도전할 경우 류 당선인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도 벌써부터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서 류 당선인이 윤 회장의 광주상고 후배라는 점에서 양쪽이 우호적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그동안의 행보를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