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섭 신임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가 그룹 차원의 LNG(액화천연가스)사업 구조개편 전략에 따른 투자를 이행하면서 포스코에너지의 ‘아픈 손가락’인 연료전지사업의 부활도 지휘해야 한다.
22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LNG사업 구조개편 전략의 핵심은 LNG 가치사슬(밸류체인) 가운데 미드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을 포스코에너지가 전담하는 것이다.
자원 관련사업은 통상 자원탐사 및 개발사업에 해당하는 업스트림, 운송과 저장에 해당하는 미드스트림, 자원을 활용한 제품 생산 혹은 발전사업에 해당하는 다운스트림의 3단계로 구분된다.
그동안 포스코그룹의 LNG 관련사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 해양가스전 개발사업으로 업스트림을 담당했고 포스코가 광양의 LNG터미널을 통해 미드스트림을, 포스코에너지가 인천 LNG 복합화력발전소 3~9호기를 통해 다운스트림을 각각 맡는 식으로 진행돼 왔다.
그런데 9월 포스코에너지가 광양 LNG터미널과 1조1637억 원을 포스코로부터 넘겨받고 대신 포항과 광양의 제철소 부생가스발전소와 6080억 원을 포스코에 양도하는 사업 양수도가 진행됐다.
포스코에너지는 광양 LNG터미널을 받아오는 것으로 인천 LNG 복합화력발전소에 LNG를 직도입하는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게 됐다. LNG 가치사슬을 강화하는 것으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정기섭 대표는 앞으로 진행될 LNG터미널의 투자를 차질 없이 집행하는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9월 진행된 사업 양수도로 포스코에너지는 5557억 원의 차액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4400억 원이 이미 LNG터미널 관련 투자비용으로 예정돼 있다.
정확히 어떤 내용의 투자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터미널 확장을 위한 투자일 공산이 크다.
LNG 복합화력발전은 석탄화력이나 원자력 등 고전적 발전소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간단계 역할로 각광받고 있다. 발전연료로 쓰일 LNG는 일반적으로 한국가스공사를 통해 공급받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민자발전회사를 거느리는 기업집단이 LNG터미널을 보유하고 발전소에 직도입하는 방식으로 발전사업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GS그룹의 보령LNG터미널은 이미 그룹 발전사업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SK그룹도 SK가스를 통해 새로운 LNG터미널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도 지난 2월부터 인천 LNG 복합화력발전소 3호기에 미국산 셰일가스에서 추출한 LNG를 직도입하고 있다.
4~9호기에도 LNG를 직도입할 수 있다면 발전사업의 수익성은 더욱 높아지게 되며 이를 위해서는 광양 LNG터미널의 확장이 필요하다.
정 대표는 미국 연료전지회사 퓨얼셀에너지와 협력을 통해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퓨얼셀에너지로부터 기술을 제공받아 연료전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퓨얼셀에너지의 기술은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스택’의 수명이 당초 기대보다 짧다는 단점이 드러났다.
포스코에너지가 스택의 수명문제 해결에 골몰하며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는 사이 국내 연료전지시장에서 두산과 SKD&D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시장 점유율은 2015년 91%에서 지난해 52%까지 떨어졌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이슨 퓨 퓨얼셀에너지 CEO가 한국을 방문해 포스코에너지와 합작사 운영 방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포스코에너지가 퓨얼셀에너지와 합작사 설립에 속도를 내야 연료전지사업도 다시 제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정 대표는 1961년 태어나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 경영기획실장, 포스코 가치경영센터 실장, 포스코에너지 기획지원본부장 등을 거친 전략과 기획의 전문가다.
이번에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에 오른 것도 포스코에너지가 그룹 차원의 사업전략 변화 한가운데에 놓인 상황에서 전략 및 기획 역량의 발휘를 기대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포스코그룹은 정 대표의 선임을 놓고 “수익성에 기반을 둔 발전사업과 LNG 관련사업 확대 등을 통해 포스코에너지를 글로벌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도약시킬 적임자”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