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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뒤 지배구조 개편하나

오대석 기자 ods@businesspost.co.kr 2015-08-04 16: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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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외부 공격에 취약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뒤 지배구조 개편하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개편 과정에서 금산분리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삼성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작업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다”며 “삼성그룹이 엘리엇매니지먼트 사태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구조가 외부로부터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이 임시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간접 지배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표대결을 펼쳐야 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주장하며 합병비율을 문제 삼았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 앞으로 제2의 엘리엇매니지먼트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 삼성그룹 오너일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합쳐도 12~13% 수준에 그친다. 반면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 비율은 50%가 넘는다.

양 연구원은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돼도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향후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금산분리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 보험업법에 삼성전자의 지분을 7.2%를 보유한 삼성생명은 금산분리 원칙에 문제가 없다. 계열사 지분에 대한 취득 원가를 기준으로 규제하고 있어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5690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계열사 지분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15조 원으로 상승해 매각이 불가피해진다.

유진투자증권은 이 부회장이 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생명을 사업회사와 지분소유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은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배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삼성생명 지분소유회사가 사업회사의 지분을 공개매수할 때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삼성생명 지분을 지분소유회사에 팔고 삼성전자 지분으로 받는 방식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을 인적분할하면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물산 6.6%, 총수일가 7.8%로 단순화하며 경영권을 유지한 채로 금산분리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상속하는 데 드는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3.38%, 삼성생명 지분 20.76%, 삼성물산 보유지분 1.37%, 제일모직 지분 3.72% 등 12조 원에 육박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재산에 대한 상속세는 6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 부회장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 뒤 삼성SDS와 사업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꼽았다.

이 부회장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데 삼성SDS 지분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11.2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소유한 삼성SDS 지분을 다 더하면 19.1%에 이른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직접 합병은 주주 반발 탓에 통과되기 힘들고 삼성전자를 인적분할 한 뒤 투자회사와 합병하는 것은 상속세를 마련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삼성SDS와 합병해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확보하고 배당성향을 높여 상속세를 분할납부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사업회사와 삼성SDS를 합병할 경우 사업회사가 10조 원을 배당하면 이 부회장에게 1조 원이 할당되는 구조가 된다”며 “삼성전자가 글로벌 IT업체들과 유사하게 배당성향을 40%로 높이면 이 부회장은 연간 1조2천억 원의 현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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