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종규 노동조합 위원장이 6월24일 열린 노사 상생선포식 및 임단협 조인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1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 노사 모두 올해 임금협상을 두고 상대방에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회사와 노조가 3개월 넘게 진행된 임금협상 단체교섭에서 임금인상 여부를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만큼 상대방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강공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9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이 나온 뒤 10일 조합원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파업권을 확보했는데 회사는 쟁의행위 조정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회사는 앞서 9일 쟁의행위 조정을 중앙노동위원회로 옮겨야 한다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기 전이었던 만큼 사실상 노조의 파업권 확보를 막으려던 움직임으로 풀이되는데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했음에도 행정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이를 두고 파업에 ‘위법’이라는 틀을 씌워 임금협상에서 노조에 불리한 상황을 만들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어졌던 파업에 부산 공장 생산직 노동자뿐 아니라 전국 곳곳의 영업직, 정비직 노동자들도 참여했던 만큼 쟁의행위 조정을 중앙노동위원회가 결정하는 게 맞다고 반박한다.
회사는 12일 변론기일을 진행하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중앙노동위가 노조의 손을 들어줘도 행정소송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회사는 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을 진행한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처럼 ‘싸움’의 초점이 임금협상에서 벗어나 형식과 절차의 합법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면서 노사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올해 임금협상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다분하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각각 전면파업과 직장폐쇄라는 초강수까지 주고받은 뒤에 임단협을 타결한 바 있다. 이 때도 교섭장에서 벌어진 말다툼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져 4월쯤 잠정합의안을 거의 완성해놓고도 6월에서야 잠정합의안에 합의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사에서 임금협상 타결이 더욱 절실한 만큼 노조에 먼저 대화를 요청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회사는 지난해 임단협 장기화로 본사의 수출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는 등 타격을 본 만큼 임금협상 타결을 서두르고 있다. 부산 공장은 올해 말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던 닛산로그 물량을 대신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내년 ‘물량공백’을 맞을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사갈등은 당장 부산 공장의 생산차질을 빚을 수 있다.
회사는 11월 더 뉴 QM6 LPG모델의 추가 생산을 위해 노조에 두 차례 특근을 요청했지만 노조는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특근을 요청할 수 있느냐’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근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노조는 이때 특근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가 화해를 주도한다 해도 물량 배정을 이유로 올해도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일시금을 높여 지급하는 쪽으로 임금협상의 가닥을 잡은 만큼 노조를 교섭 테이블로 불러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행정소송을 걸은 것을 두고 “적법한 절차와 합리적 검토를 통해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는데도 회사는 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 직전 불법과 손해배상을 운운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며 노조 활동을 저해했다”며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면서 협박”이라고 말했다.
반면 회사 관계자는 “행정절차는 올바르게 진행돼야 한다”며 “교섭은 중단됐지만 임금협상 제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9월2일 상견례를 열고 11월28일까지 모두 5차례 본교섭을 벌였다. 현재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으로 교섭이 중단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