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부산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주요사업 추진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부산시 국비 7조 시대’를 열겠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는데 ‘한-아세안 ICT융합빌리지’ ‘2030부산월드엑스포 마스터플랜’ 등 굵직한 22개 사업의 증액이 모두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5일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의 내년 국비 예산과 관련한 증액은 기획재정부가 '미반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현재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가 기획재정부에 국비 증액을 요청한 22개 사업의 예산은 일단 모두 ‘미반영’ 처리됐다.
국회 본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 내년도 국비 예산을 곧 최종 확정을 앞두고 있는데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쉽지 않아
오거돈 부산시장은 마음이 바쁘다.
당초 국회에서 본회의를 2일에 개최해 예산안을 확정하려고 했으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놓고 대치국면에 놓여 연기됐다. 10일 정기국회 폐회까지 결론을 내야한다.
오 시장은 3일 국회로 달려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만나 주요 사업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국비 증액을 요청했다. 하지만 증액과 관련해 긍정적 얘기보다 오히려 감액해야 한다는 부정적 소리까지 듣고 나왔다고 전해졌다.
오 시장은 그동안 부산시의 ‘국비 7조 시대’를 열겠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왔다. 9월 국회에서 열린 부산 여·야·정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예산을 확보하도록 당이 도와주시면 100배, 1천 배로 돌려드리겠다”고 자신했다.
부산시는 그동안 국비 예산 확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다. 8월까지만 해도 2020년 정부 예산안 국비 확보액을 6조6935억 원으로 확보했다. 2019년(6조613억 원)보다 10.43% 늘어난 것이다.
확보액도 신청액의 84%가량으로 가장 높은 확보율을 나타내 오 시장은 부산시의 ‘국비 7조 시대’가 곧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기획재정부가 부산시가 증액 신청한 22개 사업 모두 정부예산안에 미반영 처리하기로 하면서 ‘국비 7조 시대’도 어려울 것으로 파악된다.
기획재정부는 보통 ‘수용곤란’, ‘신중검토’, ‘추후검토’ 등으로 분류하면서 예산안을 반영하지 않는데 부산시에서 요청한 사업의 3분의 2가량이 ‘수용곤란’으로 분류돼 증액은 사실상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반영되지 못한 주요사업으로는 한·아세안 ICT융합빌리지 구축(99억 원), 2030부산월드엑스포 마스터플랜 수립(20억 원), 다목적 해상실증 플랫폼 구축(30억 원), 부산 스마트제조혁신센터 구축(25억 원), 부산항 북항개발 관련 용역(50억 원) 등이 있다.
오 시장이 그동안 부산시의 주요사업으로 내세운 굵직한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오 시장은 최근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부산시에 개최한 뒤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부산시를 국제 허브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후속사업으로 한-아세안 ICT융합빌리지 등을 내세웠는데 100억 원 가량의 증액 신청이 무산됐다.
또 오 시장은 2030부산월드엑스포 개최와 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의 시너지를 낼 목표를 세우고 있었는데 두 사업과 관련한 예산 증액 신청이 모두 반영되지 못했다.
그동안 오 시장은 “부산항 북항 재개발지역에 2030부산월드엑스포를 유치해 원도심을 활성화하고 해양관광의 거점을 만들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북항 재개발사업은 부산 신항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물동량이 감소해 낙후한 북항과 인근 원도심인 부산 동구, 남구 일대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개발규모는 220만 m
2에 이른다.
부산시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사퇴로 경제부시장 자리가 비어있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남게 됐다.
오 시장은 유 전 부시장이 중앙정부 경제부처에서 오래 일한 금융 전문가인만큼 국비 예산 등의 확보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유 전 시장의 비위 의혹과 구속 등으로 오 시장은 유 전 부시장을 등용한 것과 관련해 부산시민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현재 오 시장은 경제부시장 자리에 내외부 인사 3~4명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