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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조선3사가 2분기 경영실적을 동시에 발표했다.
조선3사는 시장의 우려대로 최악의 성적표를 내놓았다. 3사 합계 적자 규모는 4조7028억 원에 이른다.
조선3사가 사상 최악의 적자를 극복하고 수익성 개선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 대우조선해양, 부채비율 1000% 넘을 듯
조선3사가 29일 발표한 2분기 경영실적을 보면 대우조선해양이 3조31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폭이 가장 컸다.
삼성중공업도 영업손실 1조5481억 원을 냈다. 두 회사는 해양플랜트 공사지연으로 입은 손실을 2분기 회계에 반영해 조 단위 적자를 냈다.
두 회사 실적부진의 원인은 해양플랜트였다. 경험과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해양플랜트 공사를 수주한 것이 화근이 됐다. 잦은 설계변경과 자재발주 지연 등 공사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해양플랜트 건조는 상선 건조보다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데 미숙련 인력들이 작업을 하면서 생산효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수주한 2조4천억 원 규모의 송가 반잠수식 해양시추선의 경우 지난해 말 1호선을 인도하기로 했으나 공기지연으로 6월30일에야 1호선을 인도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송가 프로젝트에서만 1조 원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7월 중순 영국 런던해사중재협회에 송가 프로젝트 손실을 보전해 달라는 내용의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발주처인 노르웨이 송가는 건조지연의 원인이 대우조선해양에 있기 때문에 추가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1분기 말 기준 374%다. 하지만 3조 원의 영업손실을 반영하면 부채비율은 1000% 이상으로 치솟는다. 부채비율 급증은 신용등급 하락과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7일부터 대우조선해양에 경영관리단을 보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은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해 유상증자 등 상당한 수준의 자금지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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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왼쪽)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도 해양플랜트 부실 여전
대우조선해양에서 6월 해양플랜트 부실이 드러난 뒤 삼성중공업도 해양플랜트 부실을 시인하며 이를 실적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이미 한차례 해양플랜트 손실충당금 5천억 원을 실적에 반영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공사지연이 계속되면서 또다시 손실이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조직개편과 재무구조개선 등 위기극복을 위한 모든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임원을 줄이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또 유사기능을 통폐합해 중복기능을 제거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개편하기로 했다. 생산과 직결되지 않는 비효율 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도 개선하려고 한다.
삼성중공업은 이번에 잠재적 모든 부실을 털어낸 만큼 하반기부터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생산 초기단계나 생산착수 전인 프로젝트에 대해서 예상되는 모든 위험요소를 모두 실적에 반영했다”며 “앞으로 추가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방지하고 원가절감 노력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171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이미 해양플랜트 부실을 반영해 3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막대한 손실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이다.
정유사업 호황으로 자회사 현대오일뱅크가 2천억 원대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개별기준으로 273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결코 적은 적자규모가 아니다. 현대산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합하면 적자규모가 3705억 원으로 증가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조 단위를 훌쩍 넘어선다.
현대중공업도 해양플랜트 부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노르웨이에서 수주한 반잠수식 시추선 인도가 3개월가량 지연되면서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등 공사지연이 발목을 잡았다. 해외현장에 해양플랜트를 설치하는 공사비용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중공업은 공정 안정화와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수익성 위주 영업활동 등 수익성 개선 노력을 펼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통해 상반기 적자에서 벗어나 하반기부터 실적개선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 하반기 실적개선 가능할까
조선 3사가 나름대로 수익성 개선을 이루겠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지만 실적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부실의 원인이 된 해양플랜트 공사물량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조선3사 수주잔량에서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여기에 대규모 미청구공사대금도 언제 폭탄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발주처로부터 받지 못한 미청구공사액은 회계상 자산으로 처리되지만 회수가 안 될 경우 그대로 손실이 된다.
1분기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의 미청구공사액이 9조4천억 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7조4600억 원, 4조8천억 원이나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실적에 이를 반영해 미청구공사액 규모를 5조 원까지 낮춘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다른 조선사들도 수조 원대 미청구 공사액이 남아있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선업종 실적부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구조조정이 가시화하고 실적이 반등할 때까지 보수적 시각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