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방그룹 계열사 테크로스가 상장을 준비하면서 상장방식에도 시선이 쏠린다.
테크로스의 상장이 구주매출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이전부터 제기돼 왔던 테크로스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다시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테크로스는 2020년 내 상장을 목표로 KB증권을 주관사로 삼아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기업공개의 흥행은 사실상 예고돼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테크로스의 주력제품인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BWTS)를 선박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에서 운항하는 선박들은 2024년까지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현재 건조되고 있거나 앞으로 건조될 선박들은 이미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의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테크로스는 글로벌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수주시장의 23%를 점유한 글로벌 1위 회사다.
테크로스의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는 다른 회사의 제품들이 필터를 이용해 미생물을 거르는 것과 달리 필터를 쓰지 않고 전기분해 방식으로 미생물을 살균한다. 성장 전망이 밝은 시장에 앞선 기술을 적용한 차별화된 제품으로 상당한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테크로스는 지난 9월 LG전자의 수처리 자회사인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 두 곳을 인수해 각각 자회사 테크로스환경서비스와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로 거느리고 있다.
테크로스환경서비스는 하수 및 폐수처리시설을 위탁 운영하는 회사이며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는 산업용수나 산업폐수를 처리하는 설비의 설계와 시공을 담당하는 회사다.
테크로스는 상장에 앞서 해상과 육상을 아우르는 수처리 전문회사로 거듭나며 기업가치를 한껏 끌어올린 셈이다.
다만 테크로스의 상장은 기업공개 그 자체뿐만 아니라 상장방식에도 관심이 쏠려 있는데 이는 테크로스가 속해 있는 부방그룹의 후계구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동건 부방그룹 회장은 1939년생 태어나 올해 만 80세다. 후계구도를 짜는 게 필요한데 테크로스의 상장이 후계구도를 명확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선은 부방그룹의 지주사 부방이 테크로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데 기반을 둔다.
테크로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이동건 회장의 차남인 최대주주 이중희 부사장이 보통주 40.71%를, 2대주주
이동건 대표이사 회장이 14.53%를,
이동건 회장의 장남인
이대희 쿠첸 대표이사 사장이 6.7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편 부방의 지분구조는 최대주주
이대희 사장이 30.04%를, 2대주주 이중희 부사장이 10.13%를,
이동건 회장이 1.72%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관계에서 드러나듯 부방그룹은
이대희 사장이 그룹 경영을 승계하고 이중희 부사장이 수처리사업을 맡는 경영승계의 밑그림이 그려져 있다.
만약 테크로스가 상장할 때 신주 발행으로 공모를 진행한다면 특수관계인의 지분관계로 엮인 그룹의 체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구주매출 방식으로 기업공개가 진행된다면 오너일가가 구주를 매각해 손에 쥐게 될 현금은 두 회사 사이에서
이대희 사장과 이중희 부사장의 지분관계를 더욱 명확히 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이중희 부사장이 테크로스와 그 자회사를 포함한 수처리사업을 들고 계열분리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구주매출 방식의 기업공개가 무조건 계열분리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이동건 회장은 테크로스 우선주를 55.05% 들고 있는데 이 우선주가 모두 상환전환우선주이기 때문이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약속한 시점이 되면 주식을 발행한 회사로부터 상환을 받거나 발행 회사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를 말한다. 발행회사로서는 사실상 투자자에게 진 빚과 같다.
이는 굳이 테크로스의 계열분리를 하지 않더라도
이대희 사장과 이중희 부사장이
이동건 회장의 상환전환우선주를 처리하기 위해 상당한 실탄이 필요할 때가 온다는 뜻이다.
테크로스는 과거 2015년 부방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할 때 이중희 부사장이 지주사 부방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지분율 희석을 감수했을 때부터 계열분리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도 그룹의 체제는 유지되고 있다. 테크로스의 상장방식만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을 속단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