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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금호산업 매각가를 높게 부른 이유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07-23 22: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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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단, 금호산업 매각가를 높게 부른 이유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금호산업 채권단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주당 5만9천 원이라는 가격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제시했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으려면 1조 원 안팎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동원해야 한다.

박 회장은 그동안 호반건설이 제시한 6천억 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1조 원은 박 회장 입장에서 깜짝 놀랄 만큼 높은 가격인 셈이다.

채권단은 그동안 박 회장이 이번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할 경우 매각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데 부담을 느껴왔다.

이 때문에 채권단 일부는 손해를 보더라도 박 회장이 인수할 만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번에 1조 원이라는 매각가격을 제시하면서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아니더라도 다른 인수자를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 금호산업, 다시 매물로 나오나

금호산업 본입찰은 지난 4월 진행됐는데 당시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탓에 호반건설을 제외한 다른 곳이 금호산업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박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은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에 가장 먼저 살 수 있는 권한이다. 이 때문에 다른 곳에서 금호산업을 인수하려면 박 회장이 낼 수 없는 금액을 써내야 하는 만큼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이 앞으로 한 달 동안 채권단과 가격 조율을 이뤄내지 못하거나 박 회장이 채권단이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선매수청구권이 사라진다.

이렇게 되면 다른 대기업이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를 망설이게 만들었던 걸림돌이 제거되는 셈이다. 물론 심리적 부담감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호남에 뿌리를 둔 마지막 대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다른 대기업이 인수전 참여를 망설였다. 재계에 다른 그룹의 주력회사를 넘보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박 회장이 자금력 부족으로 금호산업을 인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면 아시아나항공 등을 노리는 대기업들이 금호산업 인수에 나선다 해도 정서적 반발에 대한 부담 등을 모두 떨어낼 수 있다.

◆ 금호산업 누가 살까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사라지면 그동안 여러 이유로 금호산업 인수를 망설였던 대기업들이 다시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명되는 곳은 유통그룹들이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아시아나항공도 손에 쥘 수 있는 만큼 유통그룹이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특히 신세계그룹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힌다.

  채권단, 금호산업 매각가를 높게 부른 이유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그룹은 지난 2월 금호산업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가 이틀 만에 이를 철회했다. 신세계그룹은 경쟁사인 롯데그룹이 참여하지 않아 신세계그룹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박삼구 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 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서지 않는다는 뜻을 확인하고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런 롯데그룹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은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를 철회하고 난 뒤 뒤늦게 일부기업에 공동으로 금호산업 인수에 나설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은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떨어져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한 상황에 처해있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푸드를 통해 식자재유통사업을, 신세계조선호텔을 통해 면세점사업을 하고 있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항공화물 물류사업과 연매출 1100억 원 규모의 기내식사업, 기내 면세점 운영 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금호터미널로부터 터를 빌려 광주신세계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해 신세계그룹 경영권 승계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곳으로 주목받는다.

신세계그룹이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안정적으로 광주신세계를 경영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5월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해 6500억 원의 자금도 확보하는 등 서울 시내면세점 등 신사업을 위해 어느 정도 자금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이밖에 CJ그룹과 애경그룹, 호텔신라도 주목받는다. 항공업이 관광이나 백화점, 호텔, 면세점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에서 금호산업 매각가격으로 1조 원을 고수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신세계그룹이나 CJ그룹이 여전히 금호산업에 관심이 높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박 회장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1조 원 이상의 금액을 제시한 것은 다른 인수 희망자가 충분히 나타날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동안 박삼구 회장의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다른 대기업이 다시 금호산업에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금호산업, 얼마나 매력적인 매물일까?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항공기를 85대 보유하고 있는 대형 국적항공사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항공업을 양분하고 있다. 최근 저비용항공사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도 두 항공사 오너의 대외적 위상은 특별하다.

항공업의 특성상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아시아나항공 정도의 규모를 갖춘 항공사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실상 금호산업이 매물에 나왔을 때가 대형 항공사를 소유할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저비용항공사 에어부산의 지분도 46% 보유하고 있다. 또 금호터미널 지분 100%, 금호사옥 지분 79.9%,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도 보유하고 있다.

금호터미널은 광주 등 전국 각지에 있는 고속버스터미널을 운영하는 회사다. 광주신세계백화점 부지도 금호터미널이 소유하고 있다.

금호산업 하나를 잡으면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여러 회사의 경영권이 한꺼번에 따라오는 구조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한 그룹을 통째로 사게 되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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