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들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노동자로 봐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15일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시정을 명령한 재심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노동자성을 다투는 행정소송 선고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재판부는 △근로제공자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 의존하는지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검토했다.
재판부는 “약간 이질적 요소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택배기사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번 소송 참가인인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도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CJ대한통운 대리점주들은 택배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택배노조가 원고들에게 서면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니 원고들은 참가인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공고 의무 등을 인정해 원고의 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의 재심 결정은 적법하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택배노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택배노조는 2018년 1월 CJ대한통운과 대리점들에게 택배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제안했지만 CJ대한통운과 대리점주들은 단체교섭에 필요한 절차인 ‘교섭요구 사실공고’를 하지 않는 등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CJ대한통운과 대리점주들은 택배기사들이 개별사업자들인 만큼 노동자가 아닌 사실상 사용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가 택배기사는 노조법상 노동자가 맞다며 CJ대한통운과 대리점주들에게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내리자 CJ대한통운과 대리점주들은 이런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여러 건 제기했다.
관련 소송 가운데 이번 판결이 첫 판결이며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13부·14부에서 CJ대한통운 등이 제기한 소송을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CJ대한통운은 당장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교섭에 응해야 할 것”이라며 “무더기 소송으로 시간을 끌어온 CJ대한통운에게 교섭 거부를 위한 더 이상의 핑계는 없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은 회사가 원고인 재판은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