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삼성’ 이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삼성그룹 설득에 나설까.
르노삼성차는 2000년부터 삼성그룹과 브랜드 이용계약을 맺고 ‘삼성’ 이름을 써왔는데 최근 계약종료를 앞두고 삼성그룹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나오면서 난감한 상황에 몰리게 됐다.
▲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가 브랜드 이용계약을 연장하는 쪽으로 삼성그룹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브랜드 이름을 바꾸게 되면 판매에 타격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차를 지방에서는 삼성차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며 "삼성이라는 이름이 사라지면 판매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2020년 신차 6종을 출시해 내수에서 자동차 10만 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브랜드 변경이 추진되면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지니는 힘이 생각보다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이유로 르노삼성차는 그동안 사용료를 지급하면서까지 삼성이라는 이름을 부여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삼성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해마다 40억~50억 원 가량(매출의 0.8%)을 지불해왔다. 2018년에는 44억7900만 원을 로열티로 지급했다.
르노삼성차가 브랜드 사용 연장을 간절히 원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삼성’ 이름을 빼는 데 들어갈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작게는 대리점의 간판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새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까지 적지 않은 돈이 든다.
한국GM은 2011년 GM대우에서 쉐보레 브랜드로 이름을 바꾸면서 조 단위에 이르는 비용을 쓴 것으로 파악된다. 2011년 한국GM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판매보증비, 광고선전비, 홍보비 등 세 항목을 더한 비용이 2010년보다 1조 넘게 증가했다.
르노삼성차와 삼성은 브랜드 이용계약을 종료하기에 앞서 2년 정도 유예기간을 둔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 내년 8월 계약이 종료되도 당분간은 이름을 그대로 쓸 수 있는 셈이지만 이 기간에 브랜드 정체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힘든 만큼 르노삼성차는 내년 8월 이전에 브랜드 이용계약 연장 결정을 끌어내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차가 삼성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삼성이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번복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이 브랜드 사용을 허락하면서 얻는 이득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그런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과 르노삼성차 사이에 구체적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우리뿐 아니라 삼성그룹도 공식적으로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2000년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삼성그룹과 브랜드 이용계약을 맺었다. 이용계약은 2020년 8월 종료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