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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 브리핑에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금융위원회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은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는 대출금리가 오를 경우 부채를 안은 가계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동산규제를 강화하는 등 근본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가계부채, 저금리 끝나면 부실화 가능성 높아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22일 “주택가치가 떨어졌을 때 가계가 빚을 갚고, 금리가 오를 때 이자를 감당하는 위험에서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가계신용 잔액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1099조3천억 원에 이른다. 가계신용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회사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을 더한 가계부채 총량이다.
가계부채는 2분기 들어 기준금리가 내리고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최근 11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잔액은 694조5천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가계대출잔액이 5월보다 8조1천억 원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월 439조6천억 원에 이르러 가계대출 증가를 이끌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월보다 6조8천억 원이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금리가 오를 경우 소득보다 많은 돈을 빌린 받은 가계나 원금을 갚는 것을 미루고 이자만 내고 있던 가계는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가계부실위험지수(HDRI)로 평가한 결과 부채를 보유한 가계 가운데 약 10%인 112만 가구가 빚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실위험지수는 가계가 빌린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당장 처분할 수 있는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반으로 계산한 지수다. 이 지수에 가계가 진 부채가 전체 보유자산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포함된다.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우리나라도 결국 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라며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출 증가액은 줄겠지만 실효성에 의문
금융위가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의 효과를 놓고 금융권에서 반응이 엇갈린다.
시중은행은 이번 관리방안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심사기준을 소비자의 소득능력 위주로 강화하게 된다.
소비자들이 높아진 문턱 때문에 대출을 받기 힘들어지면서 가계부채 증가폭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소비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소득에서 전체 대출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정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분할상환체제가 정착되고 부동산 시장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규제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계대출 종합 관리방안이 예상보다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가계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부동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는 현재 수도권에만 적용된다. 이 규제를 전국의 부동산으로 적용하고 상한선도 현재 60%에서 더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소득을 더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대출 심사기준이 강화해 원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22일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이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액대출자의 허리띠만 조일까봐 우려된다”며 “수수료가 낮은 자금조달 지원과 소득 증대안 등이 병행돼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도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방안은 국민의 가처분소득을 증진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