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올해 연말인사에는 여느해보다 높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건 ‘사회적 가치’가 그룹의 연말 임원인사에 반영되는 첫 해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SK그룹 계열사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화폐 단위로 환산하는 작업을 총괄한다. 임원인사의 주요 근거가 되는 사회적 가치 평가시스템을 설계한 인물이다.
SK그룹은 계열사 평가에 사용되는 KPI(핵심평가지표)에서 사회적 가치 기여도를 50% 반영할 것이라고 발표한 만큼 이 위원장이 만들어낸 기준에 따라 계열사 임원들의 성적이 좌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 위원장은 사회적 가치 평가 방법에서 객관성, 형평성, 정확성 등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이 위원장은 평가의 기준을 만들어내는 위치에 있는 동시에 평가받는 사람들에게 그 기준을 오히려 평가받게 되는 위치에 서 있는 셈이다.
이 위원장의 고민은 무엇보다 각 계열사가 처한 각기 다른 상황을 어떻게 평가기준에 반영하느냐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각 계열사마다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어떤 계열사가 특별히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구성원 사이 합의를 통해 기준을 정하고 계속해서 보완해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단순히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창출해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각 계열사마다 핵심 사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한 가지 기준을 적용해 평가한다면 오히려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SK이노베이션은 화학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계열사이기 때문에 단순히 주력사업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5월 발표한 사회적 가치 평가에서 ‘비즈니스 사회성과’ 분야에서 무려 손실 1조1884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는데 여기에는 환경 공정 손실 1조4276억 원이 포함됐다.
이 위원장은 이런 현실을 반영해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한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평가 기준은 아직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내걸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둘러싸고 재계는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이 위원장에게는 큰 부담이다. 게다가 최 회장은 SK그룹이 사회적 가치와 관련해 쌓은 노하우를 국내외에 전파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측정 기준과 관련해 SK그룹 뿐 아니라 모든 재계의 관심이 매우 높다”며 “포스코가 SK그룹과 사회적 가치 측정기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 그 예시”라고 말했다.
그나마 최 회장의 두터운 신뢰가 이 위원장에게 힘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 회장의 신일고 동문 후배다. 지난해까지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었지만 올해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사회적가치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최 회장이 내걸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그룹 차원에서 실천하고 전파하는 선봉장을 맡고 있다.
실제로 올해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자리에 이 위원장이 함께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측정에서는 무엇보다 정확도가 중요하고 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SK그룹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사, 글로벌 협의체 등에서도 앞으로도 계속 사회적 가치 측정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