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공사(캠코)와 8개 은행이 오는 10월 시장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전문회사를 설립한다.
이 회사는 정부 주도 아래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떠맡는 방식이 아니라 대출채권 거래시장을 조성하여 구조조정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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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 등 8개 대형 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을 위해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는 다수의 사모펀드를 거느리게 된다. 사모펀드들이 부실 가능성이 큰 기업의 대출채권을 사들인 뒤 수익을 내거나 제3자에 매각한다. 8개 은행은 사모펀드가 자금이 필요할 때 2 조원을 추가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채권단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이전에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금융회사는 물론이고 해당기업에도 이득이라고 강조한다.
구조조정 전문회사는 여신규모 1천억 원 안팎의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경험을 쌓고 2∼3년 뒤 조선이나 철강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6월부터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당시 김진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 전후로 자금지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폐해가 지적됐다.
임 위원장은 지난 6월4일 “기업의 부채 가운데 회사채 등 직접조달 채무 비중이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채권은행이 모든 부담을 떠안는 지금의 구조조정 방식엔 한계가 있다”며 “민간자본 주도형 구조조정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의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바뀌는 것도 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이 필요한 이유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중인데 상거래 채권을 제외한 모든 금융채권자를 채권단에 포함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앞으로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을 하면 채권자가 너무 많아 기업회생을 위한 합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설립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대출채권을 싼값에 거래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여신 규모가 큰 대기업 구조조정은 담당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부실채권가격 산정기준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지금도 외부 회계전문 업체가 실사를 통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지만 객관성과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성동조선해양 채권단이었던 무역보험공사가 1조6288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놓고 회계전문업체의 실사 결과에 반발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가 부실채권 매입가를 산정할 전문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인데 은행권의 협조와 정보력 등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유현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