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가 합병안 통과 이후 사흘 연속 떨어졌다.
외국인들이 두 회사 주식을 연일 팔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에 기대를 걸었던 투자자들 사이에 ‘승자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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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왼쪽)과 김신 상사부문 사장. |
삼성물산 주가는 21일 전날보다 1.33% 내려 5만9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사흘 연속 뒷걸음질쳐 6만 원선이 무너졌다.
제일모직 주가도 이날 전날보다 2% 하락해 17만1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두 회사 모두 합병안이 통과된 17일 주주총회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해 이날까지 각각 주총 전날 종가 기준으로 14.57%, 11.60% 빠졌다.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심상치 않다. 외국인은 삼성물산 주식 745억 원, 제일모직 주식 580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물산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합병 발표일 전 34.01%에서 이날 31.63%까지 낮아졌다.
두 회사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과 격차도 갈수록 줄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행사가액은 각각 5만7234원, 15만6493원이다.
합병계약서에 따라 두 회사를 합쳐 1조5천억 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제일모직은 아직 1만5천 원 가량 여유가 남아있으나 삼성물산은 1966원만 내려도 행사가액을 밑돌게 된다. 이날 종가기준 약 4%만 내려도 행사가액보다 낮아지는 것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7월17일∼8월6일이다. 만료일까지 보름 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합병 무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주주가 이를 행사하려면 지난 2일부터 16일 사이에 합병반대의사를 거래 증권사에 통보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주주의 1% 정도가 주식매수청권 행사의사를 밝힌 상태인 것으로 추산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합병을 무산시키는 시도도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식 1112만여 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시가로 6370억 원에 이른다. 1조5천억 원 이상의 매수청구가 있어야 합병이 무산되는 만큼 자력으로 합병을 무산시키는 게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되는 만큼 주가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기 때문에 향후 성장성 높은 바이오사업 등 신사업을 주도적으로 행할 것이고, 주주들의 이익이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포털사이트의 증권게시판 등에 두 회사 개인투자자들의 불만도 들끓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애국심에서 합병을 지지했는데 승자의 저주인지 주가가 이렇게 떨어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