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덕 대한조선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2년치 일감을 넘어서는 수주실적을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조선이 머지않아 최대주주 대우조선해양의 품을 떠나 독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박 사장이 쌓아둔 일감은 독자생존의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대한조선에 따르면 2019년 수주목표로 잡은 선박 14척은 박 사장이 생존을 위해 내건 수주목표 기준인 '2년치 일감 유지'를 넘어서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2년치 일감은 조선사가 환율이나 강재가격 등 변동성이 있는 요인들을 계산하면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안정적 수주잔고로 여겨진다.
대한조선이 올해 '2년치 일감 유지'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선박 11척의 수주가 필요했다.
그런데 박 사장은 올해 들어 선박 10척의 수주를 따내며 2년치 일감 유지 기준을 맞추는 데 1척만을 남겨뒀다.
조선업계는 박 사장이 11척을 넘어 대한조선의 올해 수주목표까지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대한조선은 아프라막스급(순수화물 적재량 8만~12만 DWT의 액체화물운반선)과 수에즈막스급 (순수화물 적재량 12만~20만 DWT의 액체화물운반선) 액체화물운반선(탱커)을 주력으로 건조하는데 글로벌에서 이 선박들의 발주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서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아프라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은 96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수에즈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은 54만 CGT씩 발주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발주량이 각각 57%, 64%씩 늘었다.
박 사장이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해 대한조선이 일감을 넉넉하게 확보하는 것은 이르면 내년에 진행될 대한조선의 매각에도 큰 힘이 된다.
대한조선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23.35%를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인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진행하는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들까지 인수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한조선은 자본잠식상태에 빠져 있어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갔을 때 잠재적 인수자들의 구미를 당길 '재료'가 필요하다. 넉넉한 일감을 통한 사업 지속성은 자본잠식이라는 약점을 메워줄 장점이 될 수 있다.
박 사장이 올해 수주목표를 2년치 일감의 확보보다 높게 잡은 것도 수주잔고를 가능한 한 많이 늘려둘수록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수주목표 달성은 대한조선의 건조선박 다각화전략이 선주사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의미도 있다.
대한조선은 액체화물운반선을 폭넓게 건조해왔으나 주력은 아프라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이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수에즈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으로 주력 선박을 다각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대한조선의 수주 내역을 살펴보면 10척 가운데 4척이 아프라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 6척이 수에즈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이다.
일반적으로 중형조선사들은 주력으로 건조하는 선박의 종류를 줄이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조선업 불황에 대응하는데 박 사장은 수주 범위를 넓히면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업황을 감안하면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2년치 일감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