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헌 롯데쇼핑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후임이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2년 롯데백화점 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노병용(64) 롯데마트 사장과 소진세(65) 롯데슈퍼·코리아세븐 총괄사장이 가장 먼저 차기 사장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신헌 사장의 빈자리는 롯데쇼핑 사장과 ‘롯데의 꽃’이라 불리는 롯데백화점 대표를 겸직하는 자리다. 현재는 롯데쇼핑 공동대표인 이인원(68) 롯데그룹 부회장이 임시로 대신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롯데백화점에게 중요한 한 해다. 올해 롯데백화점의 화두는 불황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공격경영’이다. 국내 6개, 해외 2개로 총 8개의 지점을 새로 개장할 계획이며 15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작년보다 10% 이상 늘린 수치다.
롯데백화점이 8개점 개장에 투자하는 비용만 약 1조2천억 원가량이다. 사장의 공백으로 활기를 잃은 롯데백화점이 후임 인선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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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
가장 먼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사람은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과 소진세 롯데슈퍼·코리아세븐 총괄사장이다. 이들은 과거 신헌 사장과 함께 롯데의 유통부문을 책임질 유통3인방으로 불렸다.
이 세 명은 2012년에도 롯데백화점 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였으나 주변의 예상을 깨고 신헌 사장이 대표로 발탁됐다. 당시 가장 나이가 어린 신 사장이 그룹 내 입지가 확고한 두 명을 제치고 롯데백화점의 대표가 된 것은 신동빈 회장의 믿음 때문에 가능했다는 말이 돌았다.
노병용 사장은 2007년부터 롯데마트의 수장을 맡아 롯데마트의 성공을 이끌어 왔다. 1999년 출범한 롯데마트는 2010년부터 롯데백화점 매출을 앞섰다. 2008년 4조600억 원이었던 매출은 2012년 8조9546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2007년부터 골목상권 침해논란으로 정체된 국내 대신 중국 쪽으로 활발하게 진출해 해외 매장을 내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노 사장이 롯데마트를 7년이나 이끌면서 성장을 이끈 만큼 롯데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노 사장은 지난해 갑을논란,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신동빈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자 신헌 사장과 함께 국회에 대신 출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그는 불공정한 거래 개선 합의에 대해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현재 롯데마트가 내수침체와 영업규제 때문에 매출이 악화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노 사장은 지난달 18일 “상황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모든 임직원들이 서로 고통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비상경영 가동을 공식선언했다.
소진세 총괄사장 역시 롯데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2009년부터 롯데슈퍼, 2010년부터 코리아세븐 사장을 맡으며 외환위기 이후 저조했던 슈퍼사업부문을 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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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진세 롯데슈퍼·코리아세븐 총괄사장 |
소 총괄사장은 저돌적인 공격경영으로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었다. 2012년 12월 한 달 만에 세븐일레븐 점포 232개를 개점하며 경쟁업체인 GS25를 단숨에 추월해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성취욕이 강하고 추진력이 있어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월부터 대표이사에서 내려와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총괄사장을 맡아 2선으로 물러나 있다.
특히 소 총괄사장은 지난해 유통업계를 휩쓴 갑을논란이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 총괄사장은 대표이사로 있던 시절 가맹점주를 CCTV로 감시했다는 불법사찰 의혹으로 고소를 당한 적이 있다. 또 점포를 강탈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건물주에게 점주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본부와 직접 계약할 것을 종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참여연대가 코리아세븐을 편의점에 대한 공정거래법 및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2012년 갑자기 점포를 너무 늘리는 바람에 점포당 매출이 떨어져 세븐일레븐 점주 1명이 자살하고 1명이 생활고로 인한 건강악화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롯데쇼핑의 얼굴이던 신헌 사장이 도덕적 흠결을 남기며 자리에서 물러난 만큼 도덕성으로 구설수에 많이 오른 소 총괄사장을 백화점 대표 자리에 앉히기엔 그룹 차원의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계열사가 없다는 점이 소 총괄사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지 두 달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쇄적 이동이 필요한 인사는 영업활동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로는 이원준 롯데면세점 대표,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등이 있다. 이원준 대표는 2012년부터 롯데면세점을 맡아 한류쇼핑을 주도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도 2012년부터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 롯데홈쇼핑을 무난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