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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8년작 '가면속의 아리아(원제 음악선생)'는 가면을 쓰고 노래대결을 벌인다는 점에서 복면가왕을 연상시킨다. |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복면가왕’이라는 일요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다. 복면을 쓴 가수들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노래 대결을 벌이고, 진 사람은 가면을 벗어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콘셉트다.
특히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라는 복면가수가 무려 10주간 가왕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이번 경연에서 비로소 다른 복면가수에게 가왕 자리를 물려주어서 이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더욱 높였다. 참고로, ‘클레오파트라’는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었는데 말을 못했던 가수, 보컬의 신 김연우로 밝혀졌다.
복면을 쓰고 노래 대결을 한다? 참으로 이색적이고도 매력적인 소재다. 외모, 직업, 성별, 나이, 장르 등 그 어떤 편견도 없이 오직 노래로만 평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잊혀진 가수들은 물론이거니와 개그맨, 배우, 아나운서 등 가수가 아닌 사람들도 매 회 등장한다. 심지어 얼마 전 위대한 탄생 우승자인 백청강이라는 가수가 여장을 하고 여성 음역으로 노래를 불러서 모두를 전율케 한 일도 있었다.
그런데 이 소재는 사실 영화 팬들에게 아주 익숙하다. 말 그대로 가면 속의 노래대결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1988년에 만들어진 영화이다. 제목은 ‘가면 속의 아리아(원제:Music Teacher)’. ‘파리넬리’로 유명한 제라드 코르비오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비롯하여 무려 18개의 크고 작은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극찬을 받았던 영화다.
당시 ‘아마데우스’열풍이 휩쓸고 지나간 터라 영화의 국내 개봉 당시 제목을 그렇게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성악을 소재로 했을 뿐 원 제목 그대로 음악선생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세계적 바리톤 ‘호세 반 담’이 주연을 맡아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대략 이렇다. 독창회 중 갑자기 은퇴를 선언한 유명한 성악가 조아킴은 여자 제자인 소피를 가리키는 일에 전념하는데, 어느 날 시장에서 조아킴은 장이라는 도둑을 만난다. 장에게 가수로서의 자질이 있음을 느낀 조아킴은 그를 집으로 데려다가 노래를 가르친다.
야생마같은 장을 길들이는 일은 쉽지 않지만, 조아킴은 인내하며 마침내 장을 스타성을 가진 테너로 키워낸다. 소피에게 사랑을 느낀 조아킴은 번민하지만 스승으로서 본분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피의 삼촌이자 조아킴의 친구인 프랑스와가 방문하여 스코티가 주최하는 오페라 가수 경연대회 초청장을 전한다. 경연대회의 주최자 스코티는 사실 조아킴과 원수처럼 지내는 사이다. 20여 년 전 조아킴과 노래대결을 해서 진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복수를 위해 아르카스라는 제자를 키워서 조아킴에게 도전하고자 초청장을 보낸 것이다.
스승은 만류하지만 그 둘은 대결장소로 떠난다. 그런데 경연대회에 도착하여 알게 된 사실은 아르카스와 장의 목소리가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는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청중들은 가면을 씌우고 같은 노래를 나누어 불러서 대결할 것을 제의한다. 결과는 마지막 고음부분을 완벽하게 불러낸 장의 승리였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그 둘은 스승 조아킴의 쓸쓸한 사망소식을 접한다.
이 영화는 사실 성악을 소재로 했을 뿐 음악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곡 전반에 걸쳐 흐르는 아리아와 가곡들은 이 영화를 더욱 찬란하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조아킴의 장례식 장면에 흐르는 말러의 가곡 ‘나는 이 세상에서 잊혀지고’가 주는 잔잔한 여운과 감동은 이 영화를 몇 번이나 감상했던 필자를 매번 같은 감상에 젖게 한다.
가면을 쓰고 노래한다는 것, 아까 이야기했지만 편견없이 바라보라는 이야기다. 이 영화도 클래식이 소재라고 해서 재미없거나 지루하다는 편견없이 일단 감상해 보길 권한다. 비 오는 날 빗소리를 들으며 와인과 곁들여 감상하기에 딱 좋은 영화다.
|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했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했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원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