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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좌)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우) |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또 다시 총대를 멨다. 박근혜 정부의 눈엣가시들을 없애기 위해서다.
법무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1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만 국민참여재판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을 강화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국민참여재판 대상의 기준을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부분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에서 제외된다. 일반 시민들이 선거 기간 중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에 흔히 적용되는 허위사실 공표죄와 후보자 비방죄 등이 제외대상이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이 나꼼수 일당의 ‘무죄판결’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패널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도 이 죄목들로 기소됐다. ‘나꼼수’의 진행자였던 주진우씨와 김어준씨는 2012년 대선 당시 언론을 통해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가 5촌 조카 피살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포하고, 한 출판기념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주씨와 김씨에게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6월을 구형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23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권고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 이들은 무죄선고를 받았다.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 언론은 ‘인기영합적 판결이다’, ‘감성적 판단에 휘둘렸다’며 이같은 결과에 대해 반발했다. 특히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법리적 해석 문제를 들어 ‘시민에게 판단을 맡기면 안 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이에 황 장관은 발빠르게 대응했다. 지난 10월 11일 법무부가 참여재판 개정안 입법예고 당시에는 들어있지 않았던 내용들을 덧붙인 수정 개정안을 두달 여만에 다시 입법예고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국민참여재판의 기준을 한정했을 뿐 아니라 검사에게 국민참여재판 배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판사 역시 ‘범죄의 성질 기타 사정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불공평한 판단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참여재판을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참여재판을 피해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둔 셈이다.
대법원은 이번 개정안이 지난 3월 국민사법참여위원회가 의결한 국민참여재판의 최종 형태와 다르다며 법무부에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등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반응도 반대의견이 대다수다. 이재화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법무부가 미쳤다!’는 글을 남겼다. 이 외에도 ‘국민참여재판에서 선거법 사건은 제외하려는 시도...불리할 만한 건 미리 빼려는 시도 같은데(ID: bi****)’, ‘국민참여재판 축소로 사법민주화 거스르려는 법무부(ID: ki*******)’ 등의 글들이 올라와 있으며 관련 기사와 논설 등도 리트윗을 통해 퍼지고 있다.
황 장관의 총대메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월에도 황 장관은 ‘채동욱 전 검찰청장 중도 사퇴’를 이끌어내기 위해 총대를 멨다. 지난해 9월 '채 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 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채 총장이 강하게 저항하자, 황 장관은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감찰 지시를 내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1시간여만에 채 총장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에도 황 장관은 거센 비난을 받았다. 김윤상 대검찰청 감찰1과장은 검찰 내부통신망에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며 황 장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민주당 측도 “정치적 중립을 지킨 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면서 검찰조직을 흔드는 장관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황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황 장관의 연이은 총대메기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찍어내고 윤석열 수사팀장을 들어낸 것도 모자라 국민의 생각까지 조정하려 드는 것 아니냐”며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정권의 호위무사 같다”라고 비아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