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재계와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국내 대기업집단들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시스템반도체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와 수소차 등의 미래차 분야를 역점사업으로 꼽아 대대적 투자 계획을 세우며 중소기업들과 협력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향한 지원을 늘리려는 정부 정책 기조와 발을 맞춰가는 것은 일차적으로 중소기업 생태계가 구축돼야 대기업에도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이 소재부품장비를 공급받고 공정 단계별로 필요한 서비스 수요를 충족할 산업 생태계가 조성돼야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는 대기업들에게도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국내 중소기업이 구성하는 자체 산업기반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정어 NICE평가정보 책임연구원은 “반도체 등 국내 뿌리산업의 핵심 분야에서 대기업들도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중소기업과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더구나 초기 단계의 신산업들이 본격화하는 과정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할 분야가 많다는 점도 대기업이 정부와 협력 기조를 강화하는 이유로 꼽힌다.
가령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자율주행차산업에는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이 활용되는데 그와 관련된 규제가 해소되고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운행하는 도로 등 공공 인프라를 전국에 구축하는 작업도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
강보연 NICE평가정보 연구원은 “자율주행차가 가능한 교통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 정부 주도의 공공투자가 민간의 투자로 이어지고 기술개발이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와 개방형 협력체계가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첨단산업의 연구개발에서 산업계와 대학, 연구소 사이 유기적 협력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신동식 NICE평가정보 선임연구원은 “디스플레이산업을 살펴보면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중국 디스플레이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기술 개발이 진행돼 한국 기업을 추격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12대 신산업으로 꼽고 산업계와 학계, 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극복하고 중소기업 활성화정책을 원활히 추진하는 데 대기업의 투자와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과 정부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삼성그룹은 4월 시스템반도체사업에 133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10월10일에 차세대 디스플레이사업에 13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미래차사업 등의 기술과 전략 투자에 2025년까지 41조 원을 붓기로 했다.
두 그룹은 최근 역점사업에 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중소기업들을 돕는 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국내 중소 중견기업들이 생산한 소재부품장비 도입을 늘리고 연구개발에서 제품생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 뒤로도 두 그룹은 중소 협력기업을 향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15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의 협력회사들을 대상으로 인력 채용과 인재양성을 지원하는 ‘2019 삼성 협력회사 채용 한마당’을 열었다.
현대차그룹도 같은 날 고객과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을 연결하는 플랫폼 ‘현대 디벨로퍼스’를 출범하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자동차 관련 각종 데이터를 개방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번에 출범하는 오픈 플랫폼을 통해 스타트업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과 상생하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