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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 6월25일 서울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대우조선해양이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 사상 최악의 영업적자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한 손실을 2분기 경영실적에 대거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규모가 2조 원을 넘어 3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성립 사장은 대폭풍 앞에 서있다.
정 사장은 취임 한 달 만에 대규모 손실 부담과 함께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됐다. 정 사장은 인력감축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며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강력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심각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이 이 파고를 어떻게 타고 넘을지 주목된다.
◆ 대우조선해양 덮친 2조 원대 손실 충격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15일 하한가를 맞았다. 주가는 8750원까지 떨어졌다. 조선업종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 10월 이후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1만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 2조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해양플랜트에서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는데 이번에 해양플랜트 손실분을 경영실적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립 사장은 이미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손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지난 6월25일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서 상당한 적자요인이 발생했는데 해양플랜트 비중이 비슷한 대우조선해양은 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부임 뒤 해양 쪽에서 손실을 보고 있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당시 해양플랜트 손실을 2분기 실적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사장이 지난 6월 취임하면서 전임자 때 발생한 부진을 모두 털고 가는 것을 의미하는 ‘빅배스’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손실 규모는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앞으로 파장이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반잠수식 시추선 4척을 척당 6천억 원씩 2조4천억 원에 수주했다. 하지만 건조기간이 최대 1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큰 손실을 냈다. 이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은 다수의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해양플랜트 손실충당금으로 수천억 원을 반영한 점을 고려할 때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손실규모는 2조 원을 넘어 3조 원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손실분을 제때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471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런 규모의 영업이익은 삼성중공업이 영업이익 1830억 원을 내고 현대중공업이 3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봤던 점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부실을 의도적으로 감추려 했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손실이 예상되는 시점에 충당금을 쌓도록 되어 있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사업진행에 따른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반영시점이 미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433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8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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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2015년 6월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머스크 라인 쇠렌 스코우 사장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대우조선해양> |
◆ 대우조선해양, 워크아웃 위기설
업계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에 돌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경우 부채비율이 급증해 대우조선해양이 유동성 위기를 넘어가기 힘들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워크아웃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단이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넘을 정도로만 지원을 하면 자체 구조조정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15일 "대우조선해양은
상당 규모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정상적 영업활동이나 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정확한 적자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위기설이 불거진 만큼 즉각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채권단과 상의해 발생가능한 경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의 경우 선주사들과 신뢰관계가 중요한데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신인도에 문제가 생겨 경영상황을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신인도가 추락하면 신규 수주는 물론이고 기존 선박건조 계약도 해지될 우려가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사장 교체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며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줬다. 정성립 사장이 부임해 다시 고객사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중인 상황에서 워크아웃은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와 관련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채권은행과 여러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앞으로 부실 자회사들을 매각하고 주력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고삐를 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자회사 FLC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상선, 특수선, 해양플랜트에 주력하고 나머지 분야는 과감히 정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대우망갈리아중공업, 대우조선해양건설, 드윈드 등의 자회사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정성립, 영업활동 이상없지만 유동성은 문제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했다. 이 때문에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내정됐을 때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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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이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로부터 수주해 건조중인 세계 최초 FLNG. <대우조선해양> |
정 사장이 과거 대우조선해양을 맡았을 때도 대우조선해양은 위기에 빠졌였다. 정 사장은 2001년 8월 대우조선해양(당시 대우조선공업) 사장에 취임했는데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워크아웃 상태였다.
정 사장 취임 직후 대우조선해양은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성공했다. 정 사장은 당시 건설과 보일러 사업 등을 정리하고 주력사업인 조선업에 집중했다. 정 사장은 워크아웃에서 갓 벗어난 대우조선해양의 자본잠식을 해소하는 등 빠르게 경영정상화를 이뤘다.
대우조선해양이 이번에 맞고 있는 유동성 우려 등의 위기상황은 정 사장이 처음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올랐을 때인 14년 전과 비슷하다. 정 사장은 또 다시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를 이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상선 중심으로 꾸준히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수주잔량에서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52%로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낮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 덴마크 머스크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을 18억 유로에 수주하기로 하는 등 올해 들어 부진한 수주도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5월까지 7개월째 세계 수주잔량 1위를 지켰다. 영업활동에 큰 지장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상 손실을 2조 원으로만 잡아도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300%대에서 600% 후반으로 급증한다.
이렇게 되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상반기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췄다. 대우조선해양은 추가 신용등급 하락도 점쳐진다.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1조8500억 원이다. 당장 7월 2천억 원과 11월 3천억 원 등 올해 모두 5천억 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7월 만기 회사채 상환은 가능할 것”이라면서 “11월 만기 회사채를 막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위기는 노사갈등에서도 확인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8일 회사가 합의한 통상임금 소급액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통상임금 지급을 선박인도대금이 들어온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이 지급해야 하는 통상임금 소급액 규모는 2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대우조선해양이 그만큼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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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6월25일 오전 서울 중구 다동 본사에서 CEO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 구조조정 불가피, 노조와 갈등 빚을까
대우조선해양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경우 노조와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 사장이 추진해야 할 경영정상화가 험난한 가시밭길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정성립 사장은 취임 전부터 현시환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노조가 고재호 전 사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사장 교체에 강하게 반대해 온 터라 정 사장은 노조 달래기에 힘을 기울였다. 정 사장은 노조가 우려하는 대규모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으며 노조의 지지를 얻었다.
정 사장은 취임 이후에도 STX프랑스 인수를 검토하다가 노조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포기하는 등 노조와 관계에 신경을 섰다. 정 사장은 “STX프랑스 인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많고 노조도 반대하고 있다”고 말해 노조의 반대를 인수중단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은 대우조선해양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사하고 있어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정 사장은 노조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정 사장은 자회사 매각 등 사업 구조조정을 넘어 인력감축 추진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양플랜트 수주가 감소하면 조선사에서 인력감축은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상선보다 해양플랜트 건조에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가 부실 원인이 된 이상 상선 중심으로 사업구조 변경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대규모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려고 대규모 손실을 일시에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조선업종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활로를 찾기 위한 구조조정의 명분쌓기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3조 원 손실로 어닝쇼크를 기록한 뒤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정 사장이 취임하면서 대규모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며 노조와 약속한 만큼 인력감축이 진행되면 노조가 단체행동에 나서는 등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