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 협업체계인 매트릭스체제가 ‘파생결합상품 손실’의 여파로 도마에 올랐다.
KEB하나은행은 그룹 내에서 몸집과 위상이 압도적인 탓에 하나금융투자 등 계열사와 협업 과정에서 견제장치가 작동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2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은행의 이번 파생결합상품 사태에 그룹 차원의 ‘매트릭스체제’도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트릭스체제는 하나금융지주가 2018년부터 투자금융(IB)과 자산관리(WM)부문에서 은행과 증권사의 시너지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한 협력체계다.
각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한 명으로 통일되어 있어 하나금융투자가 독립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하나금융그룹에서 하나은행의 존재감이 큰 편인 만큼 하나금융투자의 사업적 독립성이 낮아져 파생상품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증권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들은 이번 파생결합상품과 관련한 증권을 발행할 당시 리스크관리본부의 검토를 받지 않았다. 사모방식을 통한 장외파생상품은 기존에 발행한 이력이 있다면 리스크관리본부가 사후에 합의를 해도 된다는 내부규정을 활용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21일 국정감사에서 판매사인 은행과 발행사인 증권사가 긴장관계를 형성해야 하는데 하나금융그룹은 구조적으로 그렇지 못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하나금융그룹 내에서 하나은행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 때문에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매트릭스체제의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하나금융지주의 연결기준 순이익에서 수익비중이 85.8%에 이를 정도로 그룹 내에서 덩치가 크다. 하나카드나 하나생명 등 계열사들이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도 비슷하게 매트릭스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신한카드나 KB국민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입지가 신한은행에 못지 않다. 계열사간 협업체계를 유지하는 점은 같다고 볼 수 있지만 은행이 주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반면 하나금융그룹은 하나금융투자 등 계열사들이 지주로부터 꾸준한 실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파생상품과 관련해 하나은행에 적극적으로 투자 위험성을 알리기가 쉽지 않았을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과 결탁되어 있는 지주가 하나금융투자나 하나생명 등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해주는 데다 실적 기준치도 높게 산정하고 있어 계열사가 사실상 은행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하나금융투자가 증권사 가운데 파생상품을 가장 많이 발행한 데다 하나은행 외에 다른 은행들에도 많이 판매했기 때문에 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나온 이야기와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