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파생상품 손실에 이어 최근 문제가 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관련해서도 '무풍지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도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상품을 대거 판매했지만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은행이 비교적 엄격한 상품 검증을 거쳤고 수수료 확보를 다급하게 추진할 이유도 적어 우리은행과 달리 파생상품 손실사태와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모두 피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펀드는 신한은행에서 판매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8월 말 기준으로 4900억 원에 이르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8800억 원어치를 판매한 우리은행에 이어 은행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라임자산운용은 최근 간담회를 열고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를 통해 판매한 1조 원 넘는 규모의 펀드 환매를 최장 5년까지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펀드는 부동산, 증권, 기업금융 등에 투자하는 사모채권 펀드와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펀드, 미주지역 등에 투자하는 무역금융 펀드다.
수많은 투자자의 자금이 기약없이 묶이면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손실사태와 같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고객의 자산 보호를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은행이 파생상품 사태와 같이 고위험성 상품을 무리하게 판매해 소비자 피해를 일으켰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우리은행은 파생상품에서 최고 98%에 이르는 손실을 내면서 소비자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는데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도 상당한 금액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한은행은 적지 않은 금액의 상품을 판매했음에도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펀드는 포함되지 않았다.
KEB하나은행은 환매중단 상품을 일부 판매했고 KB국민은행의 상품 판매금액은 적은 수준이다.
신한금융 계열사 관계자는 “같은 운용사의 상품이라고 해도 상품별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같은 라임자산운용 펀드상품을 판매하면서도 우리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상품 평가와 검증절차를 거쳐 위험성이 있는 상품을 피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자산관리부문 영업점과 직원 평가에 수수료 수익 등 성과보다 고객 수익 창출에 더 높은 비중을 두는 평가체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우리은행이 수수료 수익 평가점수를 경쟁 은행보다 비교적 높게 배정한 것으로 나타난 점과 차이가 있다.
신한은행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도 내부 평가 과정에서 위험성이 크다는 판단을 내리고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해 파생상품 손실사태의 ‘무풍지대’에 놓일 수 있었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상품 선정과 판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위험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금융지주가 비이자수익과 해외사업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신한은행에서 무리하게 수수료 수익을 끌어올릴 이유가 적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신한금융지주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이자수익 비중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고위험 상품을 판매해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는 의혹을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상당 부분이 환매 연기대상에 포함된 점도 상품 위험성을 비교적 엄격하지 않게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신한금융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는 신한은행과 달리 환매중단 대상에 포함된 펀드를 일부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자회사 특성상 은행과 달리 소비자가 금융상품 투자위험을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의 불안한 상황을 미리 파악해 7월부터 펀드상품 판매를 중단했다는 점도 소비자에 피해가 번질 가능성을 최소화한 결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신한은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신한금융투자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은행과 투자회사를 바라보는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