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큰 딸인 서민정씨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또다시 신형우선주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형우선주를 활용한 경영권 승계를 두고 ‘편법’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부담이 될 수 있다.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 |
11일 재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서민정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0일 신형우선주 709만2200주를 발행해 2천억 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신형우선주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를 말한다. 이처럼 일정기간 뒤에 보통주로 바뀌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우선주는 대체로 보통주보다 20~70% 싼 가격에 거래된다.
이 때문에 이번 유상증자는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주인수권을 서씨에게 모두 양도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서씨는 현재 보유한 2.93%에 더해 지분 3.4%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신형우선주를 활용한 오너가의 지분승계는 ‘편법’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서경배 회장과 서씨는 신형우선주를 활용한 지분승계로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서 회장은 2006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 신형우선주 20만1448주를 당시 중학생이었던 서씨에게 증여했다. 서씨는 10년 뒤인 2016년 신형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93%를 확보했다.
문제는 당시 아모레퍼시픽 신형우선주의 가치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데 있었다. 신형우선주가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면서 증여세도 적게 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2012년 150억 원의 증여세를 추가로 부과했고 서 회장 측은 과세 전 적부심을 통해 80억 원으로 감면받아 납부했다.
이와 같이 절세를 위해 ‘편법’을 사용한다는 논란은 이번에도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특히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올해 6월 논평을 통해 “신형우선주 활용과 같이 승계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기상천외한 곡예와도 같은 편법과 탈법이 동원되면 우리 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의 각도를 더 심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형우선주 발행은 아모레퍼시픽그룹 기존 주주들로부터도 반발을 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총 발행주식 수가 증가하면 상장 지분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아모레퍼시픽그룹 주가는 전날보다 11.17%(8천 원) 급락한 6만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기업 오너들의 경영권 승계에 신형우선주를 활용하는 방식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65%의 증여세를 내야 하는 기업 오너에게는 보통주보다 저렴해 승계비용 부담이 적고 우선주인만큼 배당도 많이 받을 수 있는 신형우선주는 포기하기 힘든 매력적 카드다.
최근 CJ그룹이 신형우선주를 발행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이나 오너2세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장내 보통주 매입, 지분 상속 등을 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며 “보통주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는 신형우선주는 새로운 의결권 확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안정적 경영을 위해 아모레퍼시픽의 지분을 확대하며 자회사에 관한 지배구조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 회장이 젊은 만큼 승계를 말하기에는 아직 시점이 이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