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낮은 예대율에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기자본비율을 지키기 위해 대출 확대속도를 조절하자 유상증자를 맡아야 할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등극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 윤호영(왼쪽)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
2일 은행권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카카오뱅크의 예대율은 10월부터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다른 은행들이 저금리기조에 맞춰 신용대출금리를 내리고 있을 때 카카오뱅크만 신용대출금리를 올리면서 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9월19일 기준으로 신용대출금리를 상품별로 0.15~0.3%포인트 올렸다.
‘26주적금’, ‘모임통장’ 등 수신상품의 흥행으로 올해 수신규모가 대폭 늘어나자 예대율을 높이기 위해 대출금리를 꾸준히 인하해 온 전략을 바꾼 것이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 대비 대출금 비중을 말한다. 높을수록 은행의 자본 활용이 뛰어나다는 뜻이지만 예대율이 100%를 넘어가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음을 나타낸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예대율은 약 64.5%를 나타냈다. 시중은행들이 예대율 90% 중후반대를 보이는 것과 비교해 차이가 크다.
카카오뱅크가 대출 확대로 예대율을 높여야 함에도 대출금리를 높인 것은 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기자본비율의 하락을 막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기자본비율은 11.74%였다.
자본금 부족으로 신용대출을 중단한 케이뱅크(10.62%) 다음으로 낮다. 금융감독원 권고기준인 10.5%에 근접했다.
카카오뱅크의 대출 증가율이 올해 금리 인하 전략에 힘입어 1분기 6.5%, 2분기 17.2%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 대출 증가율도 두 자릿수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3분기 동안 카카오뱅크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기자본비율이 상반기 말보다 더 낮아졌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자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반기에 유상증자를 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 계획은 카카오가 10~11월에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되면 카카오 주도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등극을 승인한지 석 달이 가까워 오도록 카카오뱅크의 현재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정리하지 못하면서 카카오뱅크의 유상증자 계획이 이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와 계약에 따라 카카오뱅크 지분을 현재 50%에서 ‘34%-1주’로 줄여야 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금융지주회사가 금융회사 주식을 5% 미만,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금융지주회사법을 지키기 위해 최대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카카오뱅크 지분 대부분을 넘길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의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으로 이 계획을 실행할 수 없게 되면서 지분을 다른 계열사로 나누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관련 내용을 금융당국과 협의하고 있다며 구체적 진행 상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이에 관해 주주회사의 사정은 아는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자본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최대주주 문제와 관련해 뚜렷한 움직임이 발견되지 않자 카카오뱅크가 9월 대출금리를 올린 것을 놓고 카카오의 최대주주 등극이 늦어질 가능성에 대비한 포석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자기자본비율 하락에도 예대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대출금리 인상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카카오뱅크가 피하고 싶었던 선택을 한 것을 볼 때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 처리가 시장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