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제품 ‘참이슬’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진로 이즈 백!’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새롭게 출시한 ‘진로’가 돌풍을 일으키며 2위 롯데칠성음료와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
2일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진로’가 출시 5개월 만에 소주시장에서 5%를 웃도는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힘입어 하이트진로는 올해 3분기 소주시장 점유율이 6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로 이미 소주시장에서 점유율 53~54%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진로’를 통해 추가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국 소주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참이슬과 진로를 앞세운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이 70% 초중반대까지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서울 강남과 여의도, 홍대 등 주요 상권 소주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진로가 73%, 롯데의 처음처럼은 27%를 차지했다.
진로의 선전은 기존 제품인 참이슬의 점유율을 잠식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자들을 유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이미 하이트진로 제품을 소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경쟁사 제품의 소비자들을 끌어온 것이기 때문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진로가 맥주 신제품 테라보다 훨씬 좁은 지역에 유통된 점을 고려하면 진로의 시장 점유율은 매우 놀라운 수치”라며 “뉴트로(새로움을 더한 복고) 마케팅과 기존 제품과 비교해 낮은 도수, 달달한 맛 등이 소비자들에게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하이트진로가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진로는 1975년 당시 진로 소주의 라벨 등을 리브랜딩한 제품이다.
진로는 하이트진로가 창립된 1924년부터 나온 제품이지만 1993년 진로골드로 브랜드 이름이 바뀌었다. 1998년 하이트진로가 소주 대표 제품을 참이슬로 바꾸는 등 소주 브랜드의 리뉴얼을 추진하면서 대표제품 자리에서 물러났다.
▲ 하이트진로의 새 소주 제품 '진로' 홍보 포스터 이미지.
하이트진로는 최근 20~30대 밀레니얼세대 사이에서 뉴트로 콘셉트가 인기를 모으자 진로 소주를 다시 내놨다.
다시 돌아온 진로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복고 디자인으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양쪽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편한 음용감을 선호하는 추세에 맞춰 참이슬 오리지널(20.1도)이나 참이슬 후레쉬(17도)보다 낮은 16.9도로 내놓은 점도 주효했다.
진로는 출시 72일 만에 판매량이 1천만 병을 돌파하면서 하이트진로가 세운 한 해 판매 목표량을 달성했다.
회사의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에 생산량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가정용 시장에서는 품귀현상까지 빚어졌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소주 생산공장인 이천 공장과 익산 공장, 2018년 6월 맥주에서 소주로 생산설비 교체 작업을 마친 마산 공장의 가동률을 최고 수준인 80%까지 끌어올리며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물량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진로의 생산라인을 무작정 늘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주력제품인 참이슬 역시 한 달에 1억5천만 병이 팔려나가는데다 최대 경쟁제품인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이 일본 불매운동의 타격을 받은 데 따른 반사이익으로 판매량이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참이슬과 진로 두 제품 모두 너무 잘 팔리는 탓에 '행복한 고민'에 빠진 셈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진로는 생산하는 대로 유통하고 있고 주말과 철야작업도 병행하고 있지만 거래처에서 물량이 달린다며 하소연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진로의 인기가 서울과 수도권 외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연말까지 추이를 지켜보며 대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소주부문 매출이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 소주부문에서 매출 9017억 원을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